카페 안 전쟁: 고소 vs 산미

by 손자몽

커피인들의 영원한 과제는 바로 고소한 커피와 산미 있는 커피.


커피에 대한 취향이 다양해지고 확고해지면서 요즘에는 내가 좋아하는 맛에 대한 기준을 다들 가지고 있다. ‘그래, 커피는 이런 맛이어야지.’ 하는 생각.


대부분의 입맛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기준이다. 다크한 첫맛과 텁텁한 후미. 쫀쫀함 없는 에스프레소로 많은 양의 물이나 우유를 넣은 비율로 밍밍한 바디감. 큰 컵에 맞추기 위해서 조금 더 묵직한 원두를 사용했고, 알맞은 비율보다는 많은 양을 위한 레시피.


다크함이 나쁜 것이 아니다. 신선하지 않은 생두를 아주 강하게 로스팅한 후 디개싱 등을 고려하지 않고, 그리 청결하지 않은 머신과 그라인더로 내렸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오히려 에티오피아나 온두라스 등에서 나는 좋은 향미의 생두를 강하게 볶아 판매하기도 한다. 추출에 조금 더 신경 써야 하겠지만, 와인이 살짝 들어간 다크초콜릿의 단맛과 같은 향미를 느낄 수 있다. 커피 맛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되기도 하겠지만 조금만 맛에 중점을 두고 한입씩 마시다 보면 좋은 커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을 수 있다.


요즘 많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나 라테 주문을 받을 때 묻는다. “고소한 원두로 하시겠어요? 아니면 산미 있는 원두로 드릴까요?” 보통의 고소한 아메리카노는 블렌드 원두를 사용한다. 원하는 맛을 적절한 비용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몇 가지의 원두를 섞는 것이다.


산미 있는 원두를 선택하게 되면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산미 있는 원두도 블렌드를 사용하기도 하고, 싱글 오리진으로 내리기도 한다. 블렌드는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등의 좋은 맛과 향, 그리고 산미를 가진 원두에 다른 원두를 섞어 적절한 산미와 단맛을 내도록 설계한 것이다. 싱글 오리진은 단 하나의 지역이나 농장, 품종에서 수확한 원두로 주로 핸드드립 (브루잉, 필터커피 등 다양하게 불린다.)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싱글오리진을 에스프레소로 잘 내리면 정말 맛있는 아메리카노, 그리고 엄청난 향을 지닌 라테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싱글 라테를 하는 카페만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새로운 경험을 싫어하지 않는 손님들이 또 산미 있는 원두를 선택했던 것 같다. “아, 여기 신맛 커피도 있어요? 나는 신 것! 쓴 것 싫어!”


몇 백 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이 도전. 이 선을 넘는 사람들은 보다 다양한 커피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더해서 몇 백 원을 추가하면 브루잉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


바리스타에게 어떤 원두가 더 맛있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산미 있는 것을 추천할 것이다. 사실 판매양으로 본다면 고소한 원두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비싼 그라인더를 추가로 구매하고 산미 있는 원두를 함께 갖춰놓는 경우가 많다.


커피, 그리고 카페는 100% 취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맛있는 맛을 선택하고 먹으면 되는 것이다. 산미 있는 원두를 쓴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게 내린다는 보장도 없고, 양질의 고소한 원두를 밀크초코의 단맛과 클린한 후미로 적절히 잘 추출하는 곳도 많다. 다만, 대형카페, 많은 양, 커피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런 맛을 무조건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조금만, 조금만 더 맛있는 한 잔의 커피를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삼연타 알바 퇴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