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애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충고는 넣어둬. 잘하고 있으니까.
우리 커플이 6년째 만나고 있을 무렵,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물어봤다.
“남자친구는 어떻게 지내? 취업했어?”
“아뇨. 언젠가는 되겠죠.”
선배는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너네만 보면 참 답답~~ 하다.”
“왜요?”라고 물어보니 평소 우리 커플에 대한 생각을 줄줄 늘어놨다.
“난 처음에 너가 부러웠어. 명문대 나온 5살 어린 남자친구 생겼지. 게다가 훈남이지. 니 남자친구가 너보다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의 삐까리해. 둘 다 답답해.”
선배 언니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남자친구는 6년째 취업 준비 중이고, 나는 프리랜서로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남자친구 좀 빨리 취업시키고, 나도 분발하라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우린 괜찮다는 말에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충고를 이어나갔다.
선배의 말이 다시 떠오른 건 하필이면 자려고 누웠을 때였다.
그 말은 남자친구와 나를 모두 엿 먹이는 말이었나 싶어서 열이 받았다.
‘와 우릴 뭘로 보는 거야?’
난 그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선배와 같이 일했던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내 말을 듣던 동생은 말한다.
“그 선배랑 당장 손절해요.”
“그래도 우리 둘 다 분발하라고 충고한 말인데… 내가 예민한 건 아닐까?”라고 말했지만 동생은 단호하게 말했다.
“언니 지금 말 들어보면 꼭 매 맞는 아내 같아요. 왜 그렇게 나쁘게 말하는 사람하고 못 헤어져요?”
날 보고 매 맞는 아내라니… 충격이었다. 동생이 봤을 때는 그렇게 말한 선배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왜 만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날 그것에 대해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또 나는 곧 매 맞는 아내처럼 ‘아니야… 원래 그 선배는 막말할 때만 빼면 좋은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번만 더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화를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
사실 내 나이 서른아홉, 많은 친구들이 거의 다 시집을 갔고 아이들은 거의 초등학생이 되었다. 그 친구들 역시도 오랜만에 나를 만나면 하는 말이 있다.
남자친구 취업되면 어린 여자한테 갈 텐데 너 왜 그렇게 한심한 연애를 하고 있어?
너 결혼 안 할 거야?
너는 취준생이 아니라 돈 많고 여유 있는 남자랑 연애를 해야 돼.
너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냐?
내 친구들도 30대 후반에 결혼을 아직 못 하고 20대 같은 연애를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해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친한 친구들에게까지 오랜만에 만나면 충고부터 듣다 보니 이젠 안 보고 산 지 오래됐다.
사람들은 어떤 커플의 사랑에 대해, 그들의 감정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고 남들보다 결혼을 늦게 한다던지,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던지… 보이는 겉모습에만 관심 있어하고 충고하려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어떤 커플을 겉모습으로 평가할 때가 많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남자가 못 생겼는데 돈이 많대. 아무리 그래도 내 친구가 너무 아깝지 않아?”
그 커플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도 안 하고, 난 제삼자의 입장에서 겉모습으로 평가할 뿐이었다. 그 커플의 사랑과 속사정은 당사자만 알 테니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아직 해낸 것은 없고, 남들보다 느린 우리 두 사람을 답답하게 보겠지만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좋아 죽는, 이제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7년째 연애 중인 커플이다. 취준생의 길을 걷고 있고, 프리랜서 작가로 길을 걸어가는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했고, 늘 함께했다. 연애를 7년째 하는 동안 싸운 건 세 번 정도나 될까? 서로에게 불만이 많이 없다. 이렇게 잘 맞는 커플도 드물 것이다.
사랑하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만 해도 모자라다. 더 이상 난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상대에게 충고보다는 연애에 관해 물어보는 건 어떨까? 지금 연애 잘하고 있는지?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지? 남편이 외롭게 하진 않는지? 얼마큼 다정한지? 또 행복한지? 솔로라면 얼마나 솔로 인생을 즐기고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상대방을 좀 더 알아갔으면 좋겠다.
서른아홉 살에 연애한다고 하면 한 마디 하고 싶은가?
충고는 넣어둬. 잘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