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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eneinnain Feb 02. 2022

태풍이 지나가고

카레 국수의 재발견

모델 출신이어서 그런지 아직은 남자 주인공의 어색한 시선처리, 중간중간의 비어있는 여백을 채우는 표정이 어색한 것을 많이 캐치했다. 카모메 식당에서 인상 깊게 봤던 고바야시 사토미가 드센(?) 누나로 나와서 신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볼 때면 늘 등장하는 단골 배우들이 하나둘씩 중복되어 출연하는데, 이 사람 또 나왔네 라는 느낌보다는 이번에는 가족 구성을 이렇게 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번엔 아빠 역할했는데, 이번엔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는 조연이네" 하면서.. 한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스크린 속에서의 다채로움에 감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많이 사랑받는 마키 요코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어느 가족'에서는 아무래도 털털한 역이어서 잘 몰랐다면, 여기에서는 도도함을 갖춰서 그런지 나에게는 많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료타와 료타의 어머니가 얼린 칼피스를 나눠먹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얼릴 때의 비율과 뚜껑을 덮어서 얼려도 냉장고 냄새가 베어 날지 시도해보고 싶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정갈하진 않아도 "식구"의 의미에 중요성을 두는지, 식사 장면이 제법 자주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나의 픽은 카레 국수이다. 유투버 새벽님의 브이로그에서 한 번 카레 국수를 먹는 것을 보고, 저게 맛있으려나 하는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다. 새벽님의 브이로그에서는 소면을 삶은 듯했고, 여기 영화에서는 두툼한 가락국수 면이었다.


문어모양 놀이터의 놀이기구도 인상적이었다. 바다 마을 다이어리에서 학생들이 입고 있는 축구 간이 유니폼에도 Octopus가 써져 있었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문어를 좋아하는 것인가? 하다가도 아이들의 동심에 다가가기엔 동물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마지막 료타는 아버지가 남긴 먹을 팔지 않고,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것 같았다. 그의 전부인을 향한 미련은 곧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향해 언제나 응원과 지지를 해왔던 것을 확인하면서 희망으로 바뀐 것 같다.


키키 키린은 2018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이 영화를 서치 해보다가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고레에다 히로카즈에서 한 입 가득 많이 먹으면서도 다량의 대사를 척척 잘 해내는 이가..

새로이 만들어지는 영화에서는 그 어떠한 역할이나 가족의 구성원으로도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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