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초여름 청보리밭에 누워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지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 느긋이 숨을 들이쉬었어
그 숨결을 느끼며 읊조리는 한 줄의 시는
내 것이었지, 온통 나만의 세상이었어
초여름 햇살의 헤설픈 비밀과 발그레진 목덜미에
취한 채 껴안고 뜨거운 춤을 추었어
바람보다 더 까불거리던 춤사위는
우리 것이었어, 청보리도 함께 찰랑거려
온통 우리만의 세상이었지
이제 모든 게 너무 흔해져 버린
모든 바람과 햇살과 계절이 비슷비슷해져
세상은 베껴진 삶으로 쳇바퀴 돌고
오래된 놀이동산처럼 지루하고 어지러워
지친 눈을 비비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어
어디선가 잡아끄는 청록의 바람 있어
우리만의 비밀로 뜨겁게 사랑했던 그때로
흉내 낼 수 없는 그 떨림의 순간으로
잊지 않고 고고하게 자라온 푸른 업적,
흔해진 복사(複寫)꽃보다 더 환하게 소스라쳐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