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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OS Jun 28. 2024

[영화로 환경을 말한다]무법의 정원사

-게릴라 가드닝은 지속된다

= 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무법의 정원사 Outlaw Gardeners

안젤로 캄바Angelo CAMBA, Italy, 2022


"꽃과 식물로 평화롭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


“난 미래를 알지 못한다. 그 끝을 나는 모르지만 그때도 분명 용기 있는 누군가가 무허가 정원사로 변해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우리 도시의 작은 귀퉁이를 꽃과 식물로 되살릴 거라고 믿는다.”

-지아니 만프레디니


 영화의 오프닝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나무를 세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2차 세계 대전 아오지마 전투로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깃발을 꽂는 대신 나무를 심는다. 2004년 리처드 레이놀즈(Richard Reynolds)가 게릴라 가드닝(GuerrillaGardening.org)을 조직했을 때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라고 했던 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무법의 정원사(Outlaw Gardners)>의 이탈리아 원제는 <Giardinieri d'Assalto-Storie di Guerrilla gardening in Italia>이다. ‘돌격하는 정원사들-이탈리아 게릴라 가드너 이야기>라는 뜻의 제목처럼,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각 도시에서 일어난 게릴라 가드닝 운동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2013년 볼로냐, 2014년 로마, 2015년 타란토 그리고 2016년 밀라노에서 각각 시작되었다. 꽃과 식물로 자신이 사는 지역을 아름다운 녹지로 바꿔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탈리아로 가 보자.


이야기는 밀라노에 있는 지아니 만프레디니(Gianni Manfredini)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코로나 시기 이전부터 빈 깡통에 식물을 심어 전봇대에 매다는 일을 계속해 왔다. 그에게 이 행위는 도시와 식물, 예술을 잇는 작업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라 도시 곳곳에 식물을 매다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식물들(Piante Volanti)>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그는 주변에서 게릴라 가드닝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보기로 했다. 먼저 오랫동안 게릴라 가드닝에 참여해 오고 있는 로렌자 잠본(Lorenza Zambon)을 만나러 갔다. 그녀는 연극과 자연을 결합시킨 정원사 배우로 유명하다. 그녀는 이탈리아 게릴라 가드닝의 역사, 의미, 활동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게릴라 가드닝의 시작은 언제일까 ▶▶


“시작은 황폐화된 도시를 그대로 볼 수 없어 시작된 활동이죠. ‘이게 뭐야?’ 공공녹지 공간 구성의 구조가 그러면 안 됐죠 (...) 처음에는 도발과 점유의 형태로 움직였어요 ‘내가 다 심어 버릴 거야.’ 그러다가 뿌리를 내린 거예요.”

-로렌자 잠본


로렌자 잠본은 게릴라 가드닝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게릴라 가드닝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시작도 비슷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1970년대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뉴욕에서는 버려진 건물과 공터가 늘어났다. 빈 곳에는 쓰레기가 넘쳐났고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1973년 주민 리즈 크리스티는 이 버려진 공간을 정원으로 바꾸려고 시도했고 <그린 게릴라(Green Guerillas)>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는 부지에 가서 씨앗 폭탄**을 만들어 던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휴스턴 스트리트(Houston Street)와 바워리(Bowery) 모퉁이에 있는 공터를 농장으로 바꾸기 위해 지역 주민들은 쓰레기를 치우고 흙을 운반한 뒤 채소밭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공유지 점거에 대한 오랜 싸움 끝에 1974년 시로부터 매년 1달러라는 임대료를 내고 거리 이름을 따서 "Bowery Houston Community Farm and Garden"이 되었다. 신문에는 "꽃과 녹지로 공간을 밝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많은 저소득층 가족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했습니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1985년 그녀가 사망하자 그녀의 이름을 따서 <리즈 크리스티 가든>이 되었다.


<그린 게릴라>를 이어받은 것은 2004년 영국 데본 주에서 리처드 레이놀즈가 시작한 <게릴라 가드닝>이었다. 그는 집 주변에 버려진 땅을 꽃밭으로 만들고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블로그에 영감을 받아 전 세계 수만 명이 게릴라 가드닝에 참여했고 자신이 사는 곳을 꽃으로 물들였다. 회원들은 해마다 5월 1일을 '세계 게릴라 가드닝의 날'로 정해 동네 곳곳에 식물을 심고 있다.


로렌자 잠본이 소개해 준 이탈리아에 있는 게릴라 가드닝 단체 20여 곳을 듣고 지아니 만프레디니는 그들을 만나보기로 한다. 그래서 그는 기차를 타고 도시의 게릴라 정원사들과 커뮤니티 단체들을 방문한다. 그의 내레이션과 안내를 받으며 이탈리아 게릴라 가드닝의 모습을 만나보자.


이탈리아의 게릴라 가드닝 ▶▶


영화는 주로 나폴리의 <브로콜리 반란군(Friarielli Ribelli)>, 로마의 <로마 파괴적인 정원사(Giardiniere Sovversive Romane)>, 볼로냐의 <해왕성의 땅(Terra di Nettuno)>, 타란토의 <굉장한 광장(Ammazza che Piazza)>> 등 네 곳을 중심으로 회원들의 인터뷰와 활동장면을 보여준다.


그들은 버려진 공간, 쓰레기가 있는 장소를 청소하고 화단으로 복원하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주로 밤에 몰래 활동하곤 했지만 점차 낮에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는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운동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지역의 녹지 공간을 위해 누구나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여하는 것이 규칙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났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게릴라 가드닝은 다양한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어 타란토는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도시로 공해가 심각하고 실업률이 높은 지역인데, 가드닝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되살리고 가꾸기 위해 시작한 게릴라 가드닝의 기본 정신이기도 하다. 회원들에게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그냥” 이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가꾸는 일이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도시개발이나 공공 녹지 조성을 위한 정책은 많지만 개발이나 투자가 지연되어 버려진 땅으로 남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은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생겼다. “뻔한 소리지만 지름길은 없다.”고 회원들은 말한다. “우리가 사는 지역은 우리가 바꾸는 것이지 남이 해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세상을 위한 몽상가들의 반란 ▶▶


오늘날의 게릴라 가드닝도 1973년의 리즈가 시작했을 때나 2004년 리차드 레이놀즈가 다시 붐을 일으켰을 때처럼, 자신이 사는 지역을 사랑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열망은 같아 보인다. 콘크리트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들은 흙의 힘과 씨앗의 힘을 믿고 있다. 새싹이 자라고 꽃을 피워 생명력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아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 게릴라 가드닝은 좀더 다양하고 폭넓게 발전하고 있다. 정의의 실현을 위해 나무를 심고, 지구 환경을 위해 녹지공간을 조성한다. 이러한 가드닝 행위가 일상적이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들의 작은 움직임이 지역과 생태계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다시 게릴라 가드닝이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지금, 당장, 꽃과 나무를 심어야 할 때이다.


“인식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죠. 

꽃과 식물을 심을 수 있고 쓰레기를 치울 수 있고 관계를 돈독히 해서 

인사를 나눌 수 있고 지역 사회를 돌보기 시작해요.”

-Andrea Giordani


“시 당국이 주민들의 잠재력을 알아본 듯해요. 다들 녹지 공간 관리에 참여했죠. 

(시의) 유지관리비는 낮출 수 있고 주민들의 책임감도 높일 수 있죠.”

-Laura Gioia


“우리의 방식은 이제 녹색 행동주의와 관련이 있어요. 

우리는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상징적인 행동들의 참여했고 

환경 존중과 생물 자연수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해 가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관여하는 문제들은 그 당시에 우리가 고민했던 것들이에요. 

효과적으로 사람을 모으지 못해서 아쉽지만…”

-Gianni Manfredini


“저는 게릴라 가든이 반드시 부활할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형태로라도요. 왜냐하면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테니까요. 어쩌면 누구 하나가 좌절감을 견디다 못해서 도우러 나설지도 몰라요. 풀뿌리의 행동주의가 다시 일어날 수도 있죠. 이번엔 가드닝이 아니라 숲 만들기 게릴라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가 외치는 거예요. 당신이 원하지 않는 곳에 우리가 나무를 심어 주겠어.”

-Vincenzo Murciano


- 글 : 소노스(SONOS)



[각주로 설명]

** 씨앗 폭탄 : 자연농의 창시자인 일본의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개발한 것으로 진흙경단 또는 씨앗 공(seed ball)이라고도 부른다. 고대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황토와 씨앗을 섞고 동그란 공 형태로 빚어서 만든 것이다. 빈 터에 떨어진 씨앗 공을 던지면 씨앗들이 자라서 뿌리를 내렸다.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사막화된 지역에 이 씨앗공을 보내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애썼다.


◆ 출처 및 참조


Giardinieri d'Assalto-Storie di Guerrilla gardening in Italia


https://www.guerrillagardening.org/


https://it.wikipedia.org/wiki/Guerrilla_gardening


https://www.infobuildenergia.it/guerrilla-gardening-salvare-citta-giardinaggio/


이미지 출처: 


https://www.giardinieridassalto.it/il-film/


https://urbaneye.ro/en/films/outlaw-garde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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