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53일째, 몸은 약해졌지만 마음은 아직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요즘, 솔직히 몸이 많이 힘들다.
퇴근 후 저녁마다 이어지는 셔플, 그리고 주말까지 계속되는 움직임 속에서 몸은 땀으로 가벼워지는데 이상하게 기운은 점점 빠져나간다.
비건 53일째. 몸무게는 5kg이 줄었다. 가벼워졌다고 말하기엔 조금, 너무 빠르게 사라진 느낌이다.
먹어도 몸이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토해내고, 설사로 흘려보내며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길, 내가 계속 가도 되는 걸까.
헐거워진 바지 속에서 내 몸은 어딘가 작아진 채 흔들린다.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내 안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감각이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도 점점 커진다. “이쯤이면 그만해도 되는 거 아니야?”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쉽게 멈추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건 결심이 아니라, 기도로 시작한 일이기 때문이다. 덜 해치며 살고 싶다는 마음.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조금 더 다정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선택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수없이 다짐했는데, 막상 흔들리니 나는 또 나를 몰아세운다.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계속 가야 할까.
지금 멈추면 다시는 시작하지 못할 것 같고, 계속 가면 내 몸이 먼저 멈출 것 같아서.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오늘도 서 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덜 단단해지기로 한다. 조금 더 나를 살피고, 조금 더 나를 지키면서. 그래도 여전히 덜 해치며 살고 싶다고 조용히, 다시 말해본다.
이건 여전히 나의 기도이니까.
그리고 오늘, 나는 처음으로 깨닫는다. 덜 해치며 산다는 건 세상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먼저 나를 잃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