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비건 46일 차, 나는 나를 먹이기 시작했다

타인의 걱정에서 시작해, 나를 돌보는 삶으로

by 손샤인

전철을 타고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


비건 페스타.


낯선 듯 익숙한 공기 속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부스를 돌았다.


하나씩,

천천히,


내가 먹는 것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들여다보듯.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이 길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구나.


원래 나는

음식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배가 고프면 먹고,

시간이 되면 먹는

그 정도의 삶.


그런데 요즘의 나는

조금 다르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어떤 재료인지 확인하고,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생각한다.


어쩌면 그 시작은

타인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좀 말라 보이는데 괜찮아?”

“건강은 괜찮은 거지?”


그 말들이

걱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더

잘 먹고 싶어졌다.


단순히 참는 선택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졌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음식에 대해

이렇게까지 꼼꼼해졌고,

이렇게까지 정성 들여

나를 챙기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페스타를 나와

양손 가득 먹을 것을 들고

전철을 기다리던 순간,


나는 나를 조금

대견하게 바라보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 삶을 위해

하나의 방향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나.


비건 46일 차.


아직은 익숙해지는 중이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나는

점점 이 길이

편해지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더 자신 있어지고 있다.


“나를 덜 해치며 사는 일은

결국 세상을 덜 해치는 일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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