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걱정에서 시작해, 나를 돌보는 삶으로
전철을 타고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
비건 페스타.
낯선 듯 익숙한 공기 속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부스를 돌았다.
하나씩,
천천히,
내가 먹는 것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들여다보듯.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이 길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구나.
원래 나는
음식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배가 고프면 먹고,
시간이 되면 먹는
그 정도의 삶.
그런데 요즘의 나는
조금 다르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어떤 재료인지 확인하고,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생각한다.
어쩌면 그 시작은
타인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좀 말라 보이는데 괜찮아?”
“건강은 괜찮은 거지?”
그 말들이
걱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더
잘 먹고 싶어졌다.
단순히 참는 선택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졌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음식에 대해
이렇게까지 꼼꼼해졌고,
이렇게까지 정성 들여
나를 챙기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페스타를 나와
양손 가득 먹을 것을 들고
전철을 기다리던 순간,
나는 나를 조금
대견하게 바라보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 삶을 위해
하나의 방향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나.
비건 46일 차.
아직은 익숙해지는 중이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나는
점점 이 길이
편해지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더 자신 있어지고 있다.
“나를 덜 해치며 사는 일은
결국 세상을 덜 해치는 일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