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39일 차 나는 덜 먹고 덜 해치며 살아가는 중이다
39일째다.
요즘 들어 사람들이 나를 보며 조금씩 같은 말을 한다.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셔플을 좀 열심히 해서 그런가 봐요.”
농담처럼 넘기지만 그 말의 끝에 묻어 있는 걱정이
가볍지만은 않다. 같이 일하는 그녀들은 내 몸을 훑어보듯 바라보다가 결국 묻는다.
“다이어트해요? 뭐 하는 거예요?”
조금 더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 요즘 비건연습 중이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했다.
“그럼 우리 이제 맛있는 거 같이 못 먹어?”
“그만해. 너무 빠졌어.”
그리고 덤처럼 따라오는 말 하나.
“팔자주름 생겼어… 얼굴이 아파 보여.”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가볍게 던진 말일 텐데, 그날 하루 종일
내 얼굴을 자꾸만 만지게 했다.
거울 앞에 서서 조금 깊어진 선을 따라가다가
문득 생각했다.
이건 시간이 내 얼굴에 남긴 흔적일까,
아니면
내가 선택한 삶의 방향일까.
“피부과 가야 하나…?”
혼잣말처럼 흘려보냈지만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이 선을 지우기 위해
다른 생명을 지울 수는 없다는 걸.
팔자주름은 나이의 나이테처럼
조용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충분히 들으며 살아왔으니까.
이제는 내 나이로 보이는 얼굴이
오히려 정직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인다면 그 또한 지금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얼굴일 테니까.
생각보다 비건의 세계는 넓고 다채롭다.
처음에는 제한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새로운 선택지로 바뀌었다.
먹을 것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을 뿐이었다.
영양실조에 걸릴까 걱정하던 마음도
이제는 슬며시 놓아준다.
나는 원래 많이 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식탐도 없고, 좋아하는 음식도 많지 않았다.
조금만 과해도 몸이 먼저 알아차렸고,
늘 자연스럽게 적게 먹는 쪽을 선택해 왔다.
어쩌면 나는 이 길을 걷기에
이미 준비된 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몸은 가벼워졌고,
마음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걱정하고,
누군가는 나를 말리고 싶어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의 내가 조금 더 덜 해치며 살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선택이 내 얼굴의 작은 주름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나를 바꾸고 있다는 것도.
오늘도 나는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해치고,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간다.
그게
내가 선택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