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비건 32일째, 식탁 앞에서 조금 미안해졌다

완벽한 비건은 아니지만

by 손샤인

비건을 시작한 지 32일째가 되었다.

아직도 나는 완벽한 비건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어색하다. 그래도 음식만큼은 여전히 비건식에

가깝게 먹고 있다.


아침에는 미숫가루 한 잔.

점심에는 비건빵과 오이, 당근, 사과.

저녁에는 연두부에 밥과 김.


생각해 보면 꽤 단순한 식탁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식탁을 지켜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나는 생선을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한 번에 끊지는 않았다.

나름의 작은 계획을 세웠다.

첫 달은 육류를 끊기로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달까지는 생선도 끊어 보기로 했다.


누군가에게는 이 방식이 어설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렇게 조금씩 방향을 바꾸어 가는 일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식탁 앞에서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완벽한 비건이 되는 법이 아니라

조금 덜 해치며 사는 법을.

그런데 요즘 한 가지 마음이 쓰인다.


어쩌면 식구들의 식탁을 나도 모르게

내가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가족들은 메뉴를 고를 때 한 번 더 나를 생각한다.

그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당분간 저녁을 각자 먹기로 했다.

퇴근 시간도 다르고 각자의 리듬도 다르니까.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래도 가끔 이런 생각이 스친다.

혹시 내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붙잡는 장면이 하나 있다.


어느 날 도살자의 뻔뻔하고도 잔인한 영상을 보았다.

한 가족처럼 살던 개 세 마리를 도살자가 입양해 갔다.

그리고 , 그날 바로 잡아먹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 어딘가가 조용히 무너졌다.


나는 그날 이후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덜 해치며 사는 사람.

동물에게 꽃이 되고 싶은 사람.


그래서 나는 비건을 시작했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다만

내 식탁에서

하루 한 번 선택을 바꾸어 보는 것.


그 작은 선택이 어딘가에서는 하나의 생명을

조금 덜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비건이지만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동물 구조자일지도 모른다고…


비건 32일째.

나는 오늘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 덜 해치며 사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습은 아마도 내 식탁 위에서

조용히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