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과묵한 이유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한때 회사에서 프로젝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많이 고용한 적이 있었다. 14명 정도를 채용해서 그들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것이 내 임무 중 하나였는데, 그중 한 명이 은근히 따돌림을 당한 것이다. 그 친구 나이는 20대 중반이었고, 말이 없이 늘 조용한 여자였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 오래 근무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자 신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해서 업무적 소통 을 해야 할 때마다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난 고민에 빠졌다. 다 큰 성인들을 불러서 서로 화해를 시킨다 고 친해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일하겠다는 사람을 내보 낼 수도 없었다. 생각 끝에 따돌림당하는 친구를 불러 혹시, 주변 에 추천할 만한 친구가 있으면 같이 와서 일해도 좋다고 했다. 며 칠 후 자기 친구 이력서라며 가져왔는데, 이력서를 보니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면접을 보고 채용을 했다.


둘을 같은 자리로 배정하고 업무를 주었다. 그 후 따돌림당하던 친구는, 친구가 있어 그런지 자신감이 생겨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 176 177 게 되었고, 한결 밝아져 나도 기분이 좋았다. 어쩐지 내가 좋은 사 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뒤로도 그런 기분에 심취해 사 람들을 살뜰히 챙겼다. 그렇게 무탈하게 두 달 정도가 지났을까? 채팅창에 난데없이 조롱 섞인 심한 욕이 올라왔다. 가만 보니 내 욕이었다. 단체 방인지 모르고 따돌림당했던 그 둘이서 연신 내 욕 을 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다른 내용을 써 올렸지만, 이미 난 봐버린 상황. 그날은 말없이 일 과를 마쳤다.


다음날, 출근하고 싶지 않아 오후 늦게서야 출근했다. 출근해 자 리에 앉았더니, 고요한 가운데 다다다다, 바쁘게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 내용은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 었다. 소위 말하는 ‘공황장애’라는 것이 이럴 때 오겠구나 싶었다. 이리도 편했던 내 자리가 가시방석일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물론 단 두 명만이 나를 욕했지만, 오늘은 모두가 “그러게, 감싸 고 돌더니 꼴좋다”라고 비웃고 조롱하는 모두가 한통속인 것만 같 았다. 이렇게 더는 업무를 하는 게 무리인 거 같아 부서이동을 고 민하고 있었는데, 다음 날 그 두 아르바이트생은 출근하지 않았 다. 이렇게 된 이상 더 못 다니겠다.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내 가 잘못한 것이라곤 마음을 썼다는 것이다. 마음 써 준 게 잘못이 라니……. 거리를 두지 않고 필요 이상의 마음을 써서, 받지 않아 도 되는 불필요한 상처까지 받은 것이다.


살다 보면 남을 통해 내 험담을 듣는 일이 생긴다. 나를 얼마나 안다고 평가하는지 속이 뒤집힌다. 마음을 주지 않았더라면 기분 만 나쁘고 끝날 일이지만, 마음을 준 상대에게 그런 험담을 듣게 되면, 그건 거리 조절을 하지 못한 내 잘못 때문에 ‘배신감’까지 느 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좋은 사람’이란 것에 심취해, 난 모두에게 인정받으 려는 욕심을 부렸다. 모두에게 미움받지 않고, 사랑받으려는 욕심 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날 이후로 그런 욕심을 버렸다. 이것이 사람과의 벽을 쌓는 것일까? 너무 방어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 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또 이런 상처를 받느니 차라리 상처받지 않은 쪽을 택하기로 했다. 거리를 둔다. 내가 좋은 사람 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과의 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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