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는 사람들
사실 난, 연인과 헤어지는 것보다 친구와 연을 끊는 일이 더 힘
들었다. 일단 연인과 헤어지면 슬퍼하는 건 당연하다 받아들이기
에 질질 짜며 우는 것을 합당하다 생각하고, 또 주변의 위로도 받
을 수 있다. 하지만 친구와 절교하는 것에는 내 자존심이 슬퍼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연인과 친구를 놓고 보면 친구와 절교를 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고작 2~3년 정도 사귀던 이성과의 이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의 상실감을 안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부터 항상 함께하며,
내 삶에 밀착되어 집안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며, 내 치부를 아무렇
지 않게 받아주는 스스럼없는 존재이기에, 그 어떤 누구보다 솔직
할 수 있는 친구였다. 그런 존재와 관계를 끊는 일은 너무 큰 상실
감을 주기에 불가능한 얘길지 모르지만, ‘친구 사이’ 끝에도 연인처
럼 이별 선언이란 단계가 필요하다는 상상을 해본다. 깨끗하게 관
계를 정리하며 헤어지는, 절대 불가능하겠지만 가장 필요한. 친구
란 존재에 말이다.
도서 <거리를 두는 사람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