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출판 때문에 자주 만나는 지인이 30대가 넘은 남자들은 노력하 지 않는 초식남이라고 했다. 난 알면서도 모르는 척 “초식남이요? 그게 뭐예요?”라고 물으니, 남자들이 나이가 들수록 여성화되어간 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란다. 우린 편한 사이긴 한데 말은 놓지 않는 사이였다. 적당히 유머를 섞은 진담인 것을 알았고, 그 말을 하는 이유가 자신이 만나는 남 자에 대한 고민의 답을 구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해서 내가 물었다.

“왜요? 요즘 만나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뭐랄까 남자다움이 없어요, 날 확 끌어당기는 박력이 없달까 요? 확실한 마음을 보여야 저도 마음을 열죠. 그렇다고 저에게 마 음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 남자가 마음에 들긴 들어요?”

“네. 그런데 전 확신이 없는 거죠”

“그럼 뭐가 문제에요?


기분이 상할 것을 알고 있었는데, 저렇게 말했다. 그럼 뭐가 문 제 되냐고 먼저 고백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그럼 뭐가 문제에 요?”라는 말로 되물은 것이다. 여자가 먼저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자존심 상해서 그렇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난 원하는 대화를 이 어가주지 않았다.


어릴 적 연애를 할 때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마음을 얻어 볼 요량으로 ‘콩팥’이고 ‘맹장’이고 다 내주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유는 귀찮아서도 아 니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또는 일이 바쁘고 피곤해서도 아니다. 그런 식으로 내 자존심을 버리고 얻은 마음은, 상대를 내 자존심 위에 군림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을 약점 잡힌 사랑은 오 래가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그 이유 때문이다.


사랑도 관계의 한 종류일 뿐이다. 사랑이라고 뭐 특별한 게 아니 다. 서로 예의를 갖추고 공평하게 사랑을 주고받고 또 받은 만큼 주려고 노력하는, 누구도 상대방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는 동등한 그런 관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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