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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승태 Aug 10. 2020

온도를 1도만 낮춰주세요.

끓고 있는 직원이 사라지기 전에...


 “코치님 요즘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은 너무 약해요. 조금만 어려움이 있어도 힘들다고 하고 못하겠다고 합니다. 어제 외근하고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한 직원이 울고 있더라고요 왜 그러느냐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고객이 전화를 해서 제품에 문제가 생겼다고 큰소리를 쳤답니다. 그 소리를 힘들어서 울고 있답니다. 무슨 큰 일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요즘 애들 왜 이럴까요? 별일도 아닌 것에 저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요.”

 모기업 리더십 코칭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나이가 지긋하신 한 지점장님과의 대화이다. 그리고 그 말 뒤에는 어김없이 지점장님의 사원 시절에 대한 라떼 몇 잔을 연거푸 마셔야 했다. 

많은 리더들이 요즘 젊은이들은 별 것도 아닌 일에 힘들어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말 그런 걸까? 정말 별거 아닌 일에 힘들어 하는 걸까? 


 지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중학교 때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액체가 끓기 시작하는 온도 끓는점에 대한 내용이다. 모든 액체는 각 액체마다 고유의 끓는점을 가지고 있다. 액체마다 끓는 온다가 다르다는 거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거다. 그럼 소금물은 몇 도에서 끓을까? 답은 '모른다' 이다. 소금물의 끓는점은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소금의 농도에 따라 끓는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금농도가 큰 아주 짠 소금물은 그냥 물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끓게 괸다. 지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주 짠 소금물이 생수를 보고 “야 생수야 아직 100도밖에 안됐어 그 정도 온도에서 끓고 그래 아직 멀었으니 좀 참아”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싶었다.


 소금물은 100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끓기 시작한다. 소금의 농도가 높을수록 그 온도는 더 높아진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람마다 힘들다고 느끼는 기준이 다르고 같은 상황에서도 힘들다고 느끼는 정도가 다르지 않을까? 

금방 사회생활을 시작한 소금기 없이 맑은 생수 같은 신입사원이 느끼는 어려움의 강도가 산전수전 다 겪어서 소금기 잔뜩 머금은 아주 짠 소금물 같은 지점장이 느끼는 어려움의 강도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그 직원도 좀 더 사회생활을 하면서 소금기를 조금씩 들어가면서 끓는점이 점점 높아져 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100도를 버티기 어려운 생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100도에서 끓고 있는 물을 보며 아직 100도밖에 안되었다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두면 어떻게 될까? 물은 끓기 시작하면 금방 다 증발해 사라져버리고 만다. 물이 끓을 때 온도를 1도만 낮춰줘도 금방 진정되어 끓던 물이 잠잠해 진다. 온도를 많이 낮추지 않아도 된다. 그냥 관심 갖고 조금만 낮춰줘도 물이 끓어 다 증발해 버리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경력이 짧은 직원이라도 고객에게 항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안했겠는가? 다만 아직은 100도 버거울 뿐이다. 이때 제는 왜 별거 아닌 일에 힘들어 하고 있지가 아니라 많이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주변 누군가가 힘들어 하는 직원 온도를 1도만 낮춰준다면 그 직원은 그 상황을 이겨내고 한 걸음 더 나가지 않을까? 온도를 낮추는 방법도 크게 어렵지 않다. 100도의 물을 갑자기 10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 1도, 1도를 낮추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해주려고 애쓸 필요 없다. 인스턴트커피 한잔으로도, 짧은 격려의 말 한마디로도, 한통의 메시지로도 1도의 온도는 충분히 낮춰줄 수 있다. 


리더가 끓지 않는 온도에서 직원들은 끓을 수 있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끓고 있는 직원이 있다면 그의 온도를 1도만 낮춰줄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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