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많이 먹으라는 숙제를 받아 들고 나왔고, 그날 경주로 출장을 갔던 남편은 우리가 즐겨 가던 경주천년한우에서 투플러스 한우를 잔뜩 사들고 왔다. 일주일 내내 소고기반찬으로 밥 먹으라고. 그렇게 한 주 동안 열심히 고기를먹었고 일주일 뒤 안정권의 몸통둘레를 만들어냈다. 고기 단백질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던 우리는 훗날 아이가 몸보신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채끝등심 한팩을 집어 들게 되었다. 아이를 위해 한 행동이 결실을(?) 맺은 최초의 사건이어서 그런지 부모노릇의 상징이 "소고기"된 것 같은 모양새다.
잔뜩 겁먹은 초보부모가일주일 간 마음 졸인 이야기는아직까지도 무용담처럼 한 번씩 꺼내지곤 한다. 그리고 아이는 이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아빠가 온 마음으로 돌봤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여서인지 이 이야기가 나오면 몹시즐거워한다.
재빠르게 소고기를 대령한 아빠도,
일주일 동안 열심히 먹으며 마음 졸인 엄마도,
아이에겐 사랑으로 느껴졌나 보다.
아이에게 들려주는 우리 가족의 시작 이야기 "
몸통둘레 이슈를 이야기한 김에 아이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들려주곤 했다.
유산기가 있어서 매사 조심하던 초기,
양수가 부족하다 해 포카리스웨트를 달아놓고 마시던 중기,
임신 전부터 뱃속에 있던 자궁내막종이 터져 응급실에 실려갔던 8개월 무렵,
몸통둘레가 작다 해서 소고기를 물리도록 먹었던 막달,
이 모든 위기의 순간들을 거치면서
우리는 부모가 되었고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고
거창한 서사를 만들어 들려주었다.
이쯤 되면 우리가족신화라고 할 만하다며 눈을 반짝이며 듣는아이.
아이는 부모와 함께 한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데, 우리 아이는 기억나지도 않는 태아 시절 이야기부터 추억의 한 페이지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