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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가든 Mar 03. 2021

13 - 두꺼운 장편의 끝이 보이다

2021.03.0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하)


드디어 [죄와 벌] 5부를 완독했습니다. 이제 6부만 남았군요. 아마도 내일 완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취감이 드네요. 이야기는 (상)권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전개도 빠릅니다. 여러 사건들이 점차 고조되면서 마지막 결론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아 흥분되네요. 책 읽을 시간은 며칠 간은 충분할 듯 합니다. [죄와 벌] 외에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비글호 항해기] 뿐인데, 두 세 권의 책을 추가해야 할 듯 합니다. 물론 내일 결정되겠죠?


아래에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여,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죄와 벌](하) 중에서

-5부-


'"소피야 세묘노브나 개인에 대해서 말하자면, 저는 현재 그녀의 행동을 사회제도에대한 강력하고도 인격화된 저항으로 보고 있고, 그 때문에 그녀를 깊이 존경하고 있어요. 그녀를 보면 기쁘기까지 한 걸요!"' - 161p

★레베쟈트니코프는 진보적이고 젊은 인물이라서 가부장적인고 경직된 사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근데 소피를 짝사랑하는 건가.


'어쩌면 우리들의 생활에서 누구에게나 의무처럼 되어 있는 어떤 사회적인 의례를 치르게 될 때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마지막 힘을 다해 허세를 부리면서, 그저 '남들보다 못하지 않기 위해', '남들에게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저축해 둔 마지막 한 푼까지 다 털어서 거기에다 써 버리고 마는 가난한 사람 특유의 그 자존심이 여기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 178p

★가난한 사람들의 허례허식이 방어기제와 같다는 대목에서 냉큼 찔린다.


'"그래요, 당신들은 아직 몰라요, 몰라, 얘가어떤 마음씨를 가졌는지, 어떤 애인지! 얘가 훔쳤다고요, 얘가? 정말 얘는 만약 당신들에게 필요하다면 자기가 가진 마지막 옷이라도 벗어서 팔고, 자기는 맨발로 다닐망정, 죄다 당신네들한테 내줄 아이에요. 얘는 그런 아이라고요! 얘가 노란 딱지를 받은 것도 우리 애들이 굶어 죽게 돼서 우릴 위해 자신을 판 거에요……!"' - 209p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의 절절한 외침. 소피에 대한 죄책감과 고마움과 안타까움, 동정, 믿음... 이 가족, 너무 맘이 아프다. 


'"이건 정말 비열하다!" 갑자기 문가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울렸다.' - 211p

★슈퍼 히어로같은 등장. 레베쟈트니코프가 표트르 페트로비치를 박살내는 이후 장면은 너무 통쾌하고 감격적이다.


'이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누구에게나 조심스럽고 온순하고 겸손하게 대하면 그럭저럭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의 환멸은 그녀에게 너무나 괴로운 것이었다.' - 222~223p

★거의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적용이 될 듯 하다. 착하게 굴면 호구되는 세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무력하게, 똑같이 겁에 질려 얼마 동안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그녀는 갑자기 왼손을 앞으로 내밀어 손가락으로 아주 가볍게 그의 가슴을 떠밀고는 조금씩 몸을 뒤로 배며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에게 못박힌 시선은 점점 더 굳어 갔다. 갑자기 그녀의 공포가 그에게도 전해졌다. 똑같은 공포가 그의 얼굴에 나타났고, 똑같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거의 똑같이 어린애 같은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알겠지?" 마침내 그가 속삭였다. "아아!" 무서운 비명이 그녀의 가슴에서 터져 나왔다.' - 234p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 상상도 못한 살인자라는 것은 깨달았을 때의 공포와 충격과 배신감과 연민의 감정이 너무 잘 표현된 대목인듯 하다.


'과연 내가 노파를 죽인 걸까? 난 나 자신을 죽였다, 노파가 아니라! 그렇게 단번에 나 자신을 죽여 버린 거야, 영원히……! 그 노파를 죽인 것은 악마이지 내가 아냐……. 그만, 그만 됐어, 소냐, 그만! 날 내버려 둬." - 250p

★살인은 스스로의 인격과 미래를 함께 죽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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