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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Apr 25. 2024

05. 애써 괜찮은 척 하지만 눈물이 나

두 번째 시련 -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임신부(2)

- 지난 편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검사 결과를 받은 날 아이와 짐을 챙겨 친정으로 돌아왔다. 손주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하고 싶으셨을 텐데, 시부모님께서는 친정에서 마음 편하게 쉬라며 나를 꼬옥 안아주셨다. 며칠째 유튜브로 다운증후군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보며 울고 웃으며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참 단아하고, 예쁜 엄마가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영상을 보며 감동하고, 장애아이를 키우는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에 나의 삶을 대입하며 눈물도 흘렸다. 그 아름다운 엄마 아빠들의 모습이 너무나 가엽고 또 훌륭했다. 난 자신이 없었다. 그 긍정적이고 늘 당당하던 내 모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껍데기만 단단(척)했지 속은 텅 빈 자신을 발견하고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게 끔찍하게 싫었다. 코로나로 단절된 사회가 오히려 다행이었다. 




양쪽집 모두 믿음의 가정이다. 그렇게 우리 여섯은 그저 기도 할 수 밖엔 없었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친정아빠, 시어머님, 그리고 남편이 각각 3일씩 릴레이로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한 끼만 굶어도 예민해지는 나로서는 우리 아이를 위해 3일씩이나 금식하며 기도해 주는 가족들을 보며 무너지지 말고 강해지자 이를 악물게 만들었다. 


평소 아침마다 예배를 드렸는데 그 무렵부터는 태리를 재우고 친정 아빠, 엄마, 나 이렇게 구약성경 '시편'을 함께 읽었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주는 가족의 힘이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친정아빠는 무릎을 잘 꿇지 못하신다. 어릴 때부터 아빠의 무릎 꿇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었는데... 쿠션 2개를 겹쳐 놓고는 어떻게든 무릎을 꿇고 매일 아침 기도하셨다. 그렇게 불편한 자세로 무릎 꿇고 엎드려 기도 하시던 친정아빠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진하게 남아있다. 


애써 아닌 척했지만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났다. 뱃속의 아가를 위해 감정을 다스려야 했다. 눈치 빠른 꼬마 이태리를 위해서라도 웃어야 했다.  


너무나 예쁜 우리 꼬마 이태리가 곁에 있었기에 그래도 친정집엔 웃음꽃이 피는 순간도 있고 또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가족들 틈에서 위로받고 사랑받으며 견디고 있었는데... 남편은 혼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어떻게 이겨내고 있었을까? 하루가 얼마나 길었을까? 담대하게 나를 위로해 주었지만 남편은 그 무게를 혼자 어찌 감당했을지... 그 힘든 시기, 내가 그리고 우리 사랑 꼬마 이태리가 함께였다면 덜 괴롭지 않았을까...




남편은 나가는 것을 참 좋아했다. 어쩌다 하루만 집에 있으면 좀이 쑤시는지 또 어디든 나가자고 했다. 날씨가 좋아서, 비가 와서, 비가 온 다음날 공기가 깨끗해서... 등등 모든 이유를 동원해 가족과 함께 야외활동을 즐겼다. 그런 남편에게 격리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게다가 매일 연습하고, 쉬지 않고 일하며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시점에 기약 없는 격리생활은 오페라 가수에겐 멈춤의 시간이었다.  


그 힘든 시간을 타지에서 홀로 견디며 이국 멀리 상심에 빠져있는 아내를 위로하고, 그 가장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그랬을까... 


내가 그때 남편의 마음을 좀 더 알아줬더라면...








장애아이를 키우시는 모든 부모님, 보호자들을 위해 오늘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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