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아주는 어른이 되어봄
바야흐로 연애 5주년 기념으로 남자친구와 처음으로 아웃백을 방문했다.
인터넷으로 주문법까지 공부해 가면서 처음 온 티를 안 내려 애썼다.
그렇게 주문한 음식이 세팅되고, 둘은 기념일을 축하하며 맛있게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가 한창이던 그때,
"식후 음료 준비해 드릴까요?"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직원이 다가와 물었고, 커피를 달라는 말에 앞치마 주머니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려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우리의 '투움바 파스타' 안으로.
하얀 크림소스 위로 선명하고도 이질감 있는 분홍색 라이터는 점점 하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놀랄 새도 없이 더 놀란 눈을 뜨던 직원은 갑자기 맨손으로 소스 범벅이 된 라이터를 집어 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크림소스로 얼룩진 손을 양손을 포갠 직원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도 놀랐고, 음식은 손댈 수 없게 되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다 먹었어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람이 일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데, 이걸로 면박을 주고 싶지 않았다.
우리도 진짜 괜찮다며 머뭇거리는 직원을 돌려보냈고, 우리는 기념일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생긴 거 같아 내심 즐거웠었는데. 잠시 후, 매니저가 자리로 찾아왔다.
실수한 직원이 매니저에게 솔직하게 자백한 듯했다.
매니저도 거듭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고, 오히려 우린 손사래를 쳤다.
"실수잖아요. 괜찮습니다. 다만, 너무 혼내지만 마세요. 저흰 정말 괜찮습니다."
다시 새 파스타를 만들어주겠다는 성의를 애석하게도 거절했다. 식사를 거의 끝내 배가 너무 불렀기 때문이다.
식사를 끝내고, 나온 난 오히려 직원이 기특했다.
자신의 잘못을 덮을 수도 있었을 텐데, 먼저 잘못을 고할 줄 아는 그 직원을 나도 모르게 응원했달까.
요즘 다 네 탓만 하고, 난 아무 잘못 없어요라는 뻔뻔함으로 사는 이기주의 시대에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자라면 훗날 더 멋진 어른이 되지 않을까 싶은 몇 살 차이 안 나는 젊은 꼰대의 웃픈 아웃백 에피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