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영원토록 기억할 순간들

by 수빈

만으로 21살이 되던 해 홀로 뉴욕에 다녀왔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전부터 하고 싶던 혼여행을

귀찮고 두렵다는 이유로 미뤄두다가

어느 날엔가 갑자기 계시라도 받은 듯

용기와 의지가 생겼다.


뉴욕을 고른 이유도 별거 없었다.

미국에 살게 된 지 8년이 되었음에도 가보지 못했기에.


물론 당시 면허가 없던 나에게는

도시밖에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8월이었고,

이미 학기가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됐던 나는

당장 떠날 수 없었다.

대신, 바로 모든 수업 시험 날짜를 확인하고

마지막 시험이 끝나는 다음날인 12월 11일로

비행기표를 끊었다.


4개월 동안 여행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뭘 해야 할지, 어딜 가야 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나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다녀온 뉴욕은 생각만큼 특별할 것이 없었다.

왜인지 설렘도 기대도 없었다.


다만, 오로지 나와 내 취향이 가득한 순간들로

기억을 채워가는 것만은 좋았다.


계획 없이 돌아다니고,

목적지가 아닌 엉뚱한 곳에 도착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숙소에서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걷다가 추우면 카페에 들어가 한참 앉아있기도 하고,

추위를 견뎌가며 pier을 찾아가

한참 물멍을 때리기도 하였으며,

다들 일행과 함께 앉아있는 레스토랑에

홀로 앉아 스테이크를 먹기도 하였다.


특별할 것 없는 사소한 순간들에

그저 홀로 여행을 왔다는 사실이 더해지니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


나는 내 생각보다도 더

혼자 있는 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그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특별함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순간을 내가 어떻게 기억에 담았는가에 달려있다.

작가의 이전글영원한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