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기억하며
나는 우리 아빠가 강한 사람인 줄 알았다.
우리가 처음으로 미국에 오던 때
공항에서 배웅하면서도 울지 않으셨고,
기러기 생활도 오래 하셨으니.
작년 여름, 홀로 한국에 갔다.
아빠는 내가 약속이 없는 날마다
같이 나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약속이 일찍 끝나는 날은,
아빠 사무실로 와 같이 집에 가자고 했다.
나도 아빠도 할 게 없는 날은,
같이 나가자고 했다.
내가 늦게 들어오는 날은,
산책을 가자고 하셨다.
몇 년 만에 내 생일을 함께 보내며
이미 내가 원하던 것을 해줬음에도
용돈을 주며 웃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밥을 먹을 때마다
좋은 것을 골라 내 접시에 담아주던 모습도,
친구들에게 딸이라며 웃으며 얘기하시던 모습도,
드라마를 잘 보지도 않으면서
내가 보는 드라마가 방영할 시간이면
티비를 켜놓던 모습도,
새벽마다 운전 연습을 하던 시간도,
운전 연습을 하다가 들른 바다에서
밤바다가 좋다는 나에게
아빠는 딸이랑 있어서 좋다던 모습도 전부 선명하다.
그렇게 여름을 둘이 보내고
내가 다시 비행기를 타던 날,
조금이라도 같이 있으려 평소 먹지도 않던
아침을 먹자고 하셨다.
아빠를 닮은 건지 그냥 그런 성격인지
아빠도 나도 서로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미국에 돌아온 후로
한참이나 매일같이 카톡이 왔다.
나는 우리 아빠가 외로움을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귀찮다고 집에서 대충 먹자고 한 순간들이,
산책도 안 나가겠다고 한 그 순간들이,
짜증을 부리던 그 순간들이,
이제 와 모두 후회로 남는다.
오늘은 내가 먼저 연락을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