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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터 Oct 12. 2022

변하지 않는 것들

그 겨울의 우리 in 아이슬란드

누군가 나에게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어디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너무도 많은 곳이 떠올랐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은 싱거울 대답일지도 모르지만 역시 골든 서클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골든 서클이 불과 얼음의 땅이라 불리는 아이슬란드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골든 서클은 국립공원인 싱벨리르와 간헐천인 게이시르, 그리고 남부지역의 가장 큰 폭포인 굴포스 이 세 곳을 묶어 일컫는 말이다.

골든서클은 남부를 대표하는 관광지들이기도 하고,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에 렌트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 또한 진행되고 있다.

어제의 눈이 비로 바뀐 궂은 날씨에 일정을 고민하다 출발이 예상보다 꽤나 늦어졌다.

나의 첫 아이슬란드 여행을 함께한 포드의 쿠가. 그 추억으로 난 한국에서 이차를 구매 직전까지 갔었다.
링로드를 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꾸만 차를 세우게 만드는 풍경들

레이캬비크를 빠져나와 1번 국도로 합류하자 어제인 듯 선명하게 기억하던 링로드의 풍경이 나를 반겼다.

속도를 줄이고 반가운 풍경들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싱벨리르 국립공원의 전망대에 도착하면 그 아래로는 아주 광활한 자연 풍경이 펼쳐지는데 아이슬란드의 청량함을 가장 먼저 만나보기엔 최적의 장소이다.

시각적으로 극적인 느낌을 주는 다른 관광지와 비교한다면 이곳은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천천히 이곳을 걷다 보면 한적한 싱벨리르 공원만의 매력도 분명 느낄 수 있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이곳은 아이슬란드 최초의 의회가 열린 곳이기도 하며 유라시아판과 북 아메리카 판의 경계 부분에 서 있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이 두 지각판을 오가는 스쿠버다이빙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지만, 시각적으로 보는 것보다도 몇 배는 추울 것 같은 그 푸르름에 나는 재빠르게 단념했다.

미리 선곡해온 음악들을 듣다 보니 이내 게이시르에 도착했고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안개가 자욱한 길을 통과하니 간헐천 주변으로 솟구치는 물기둥을 보기 위해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10초, 30초, 1분. 두근거림의 시간이 지나고 이내 펑! 하고 소리를 내며 힘차게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물기둥에 함성과 박수 소리가 쏟아진다.

시원한 소리를 내며 치솟는 물기둥을 보고 있으니, 게이시르의 진정한 매력은 솟구친 물기둥이 가라앉고 고요해진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에 부응하고자 스트로쿠르는 꿀렁이며 열심히 다음 폭발을 준비한다.

우리는 누구나 삶의 크고 작은 목표를 향해 늘 나아간다.

거대한 물기둥이 되기 위해 꿀렁이는 저 과정들이 흡사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다다르고자 하는 목표에는 때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노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방향으로 돌아온다고 난 믿고 있다.

게이시르의 힘찬 물기둥은 처음 이곳을 찾은 누군가에겐 강렬한 첫인사가 되고, 발걸음을 돌리는 그대들에겐 남은 여행을 힘내라는 희망찬 배웅처럼 느껴졌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들이 주는 위안은 참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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