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대료륜함료(禁欲大佬沦陷了,2024,왕카이무✖마려제)

— 마이크로 드라마 탐구 2화

by SJ

나를 마이크로 드라마 세계로 빠트린 왕카이무(王凱沐, Wang Kai Mu)의 작품이다. 처음 만난 건 릴스에서 스치듯 지나간 짤 하나였다. 라이더 재킷을 입은 남자. 나도 모르게 검색—링크—검색—링크—앱 다운로드로 이어졌고, 아이치이 앱을 깔고 결제를 일사천리로 마친 후 처음 본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

대부분의 숏드는 웹소설 원작이 있다. 이 작품도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고, 인기가 워낙 많아서 세 번이나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원작도 찾아봤는데, 앞부분은 드라마와 동일하지만 회차가 많다 보니 뒷부분까지 숏드로 만들지는 않은 모양이다. 내가 본 작품은 가장 최신인 2024년 버전 '왕카이무✖마려제' 편이다.


줄거리 — 전형성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주인공의 여동생이 심장병을 앓고 있다. 불치병이고, 치료할 수 있는 건 아직 정식 발매되지 않은 신약뿐이다. 여주인공은 1년 전 여동생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르는 남자에게 첫 경험을 팔았는데, 그 남자가 알고 보니 신약을 줄 수 있는 회사의 사장이었다. 1년이 지나 평범하게 살고 싶어 남자친구를 사귀었더니, 그 남자친구가 또 그 회사 사장의 친구였다. 아, 좁고도 좁은 숏드의 세계다.

여주인공은 여동생을 위한 신약이 필요하고, 회사 사장은 여주인공의 몸이 필요하고, 그렇게 아슬아슬한 관계가 이어진다. 남자 주인공은 금욕주의자, 즉 스스로 여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여주인공에게 빠져든다. 어느 순간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서 제목이 금욕대료륜함료(禁欲大佬沦陷). 우리나라 말로 바꾸자면 '여자를 멀리하던 재벌, 사랑에 빠지다' 정도일까? 여튼 매우 전형적인 이야기다. 앞으로 리뷰할 모든 드라마가 이 전형성 투성이라는 건 안 비밀이다.


숏드의 특징 1 — 개연성은 옵션이다


숏드에서 개연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작품만이 아니라 앞으로 리뷰할 모든 작품들도 그렇다. 동생이 아프고, 신약을 먹으면 짠~ 하고 낫는다. 악녀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다. 왜 다쳤는지, 왜 남자 주인공이 돌봐주는지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이다. 그냥.

이런 허술한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80화 넘게 보게 하는 힘은 주인공들의 멋진 모습과 서로의 케미다. 그래서 숏드는 무엇보다 배우가 중요하다. 이야기의 개연성은 전혀 고민하지 않지만, 멋진 장면에 슬로우 효과를 걸고, 지루할만 하면 남녀주인공들의 키스씬이 길게 나온다. 대략 2분내외의 영상에 30초 이상을 소모하며, 예쁜 화면을 보여준다. 이때 전 세계의 유명한 음악들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한국 노래도 꽤 있어서 반갑기도 한편이다.


숏드의 특징 2 — 데이트 폭력의 미화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아직까지 숏드에는 데이트 폭력적인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더 이상 남녀 관계를 "네가 좋아~"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중드는 그런 거 없다. 그냥 들이대고, 키스하고, 목을 조르고(왜? 다들 그렇게 목을 조르나—), 손을 결박하고(어머 ! 왜!!), 벽에 힘으로 밀어붙인다.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이 나쁜 남자 컨셉이라 더욱 폭력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고백한다. 그런 장면들이 편안하진 않다. 그런데 그 세계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의 옛 드라마도 그랬지, 란 추억의 세계에도 빠져들게 된다. 그 불편함을 불쾌하지 않게 적절히 조절하면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숏드 성공의 포인트 중 하나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배우다. 난 왕카이무에 반해서 보기 시작했으니까, 어쨌거나 불편해하면서 결국 끝까지 봤다.

수많은 특징이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우선 두개만 정리하려 한다. 아직 리뷰할 작품이 산더미니까.


결론 — 해피엔딩, 그리고 왕카이무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스포일러랄 것도 없다. 지금까지 본 숏드는 모두 해피엔딩이었다. 그 결론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포장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극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가는것도 장점이다.

원작 소설이 워낙 방대해서 적당한 부분에서 맥락 없이 결론을 내는 바람에 김이 빠지는 느낌은 있다. 그럼에도 두 주인공이 잘 되니까 마음이 흐뭇한 건, 내가 이미 그 세계에 발을 디뎠기 때문인 것 같다.

나를 숏드 세계에 빠트린 왕카이무는 다른 중국 배우들과 조금 다르게 생겼다. 모델출신이고, 정극에서 활동하다가 2023년 숏드로 넘어와서 성공한 배우다. 정극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꽤나 연기를 하는 편이다. 모델출신이라서 체형도 예쁜편이고, 중국 배우들이 남자여자를 막론하고 화장을 많이 하는데, 화장을 덜한 얼굴이 매력적이고, 아직은 조금 촌스러운 터프함이 있다.(어머, 터프함이래!) 여자 주인공 마려제(马乐婕, Ma Lejie)와의 케미도 나쁘지 않았다. 왕카이무의 작품을 찾아봤는데 정말 많더라. 우선 본 것부터 정리해서 올려보려고 한다.

유치찬란하기 그지없는 숏드의 세계에서 이야기의 맥락은 중요하지 않다. 배우들의 매력과 그들이 뿜어내는 케미 때문에 계속 스마트폰을 꼭 움켜쥐게 되니까. 이렇게 빠져버린 숏드의 세계. 왕카이무의 다음 편을 찾아 떠났다.


※ 추가 정보

-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는 되는 앱에서 제공하는 제목이 제각각이다. 혹시라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아닌 제대로된 영상을 보고 싶으시다면 참고하시면 되겠다. 난 iQIY에서 봤다.

‧FineDrama: 사랑인 줄도 모르고

‧iQIY: 금욕대료윤함료: 금욕의 사나이, 사랑에 빠지다

‧NetShort: 뒤틀린 사랑

‧ShortMax: 너도 나한테 빠졌지

‧StarShort: '큐티섹시' 여기자, 금욕 재벌을 사로잡다

(출처: https://blog.naver.com/hobbi_05/2240965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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