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유럽여행일기 in 영국 리즈
2022년 10월 6일 오전 5시 20분
폴란드 바르샤바 모들린 공항
바르샤바에 오고 처음으로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날
모들린 공항이 바르샤바 외곽 쪽에 있어서 새벽부터 바삐 움직여야 했다. 해가 뜨기도 전에 도착한 모들린 공항은 생각보다 더 아담했고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유럽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아는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
이 날 처음으로 타봤다.
라이언 에어 새내기의 웃픈 에피소드도 있었다.
어제 새벽 온라인 체크인을 하고 나니 Boarding pass를 출력해와야 한다고 경고문이 뜨는 것이다. 당연히 집엔 프린터기가 없고 그 시간에 프린터를 할 수 있는 가게도 없었기에 그냥 일단 공항으로 갔다. 공항을 가는 내내 걱정했는데 도착하고 나니 직원이 그냥 여권 확인하고 boarding pass를 출력해줬다. 걱정할 필요가 단 1도 없는 일에 난리를 피웠던 새벽이 생각나면서 허탈함에 쓴웃음이 절로 났다.
혹시나 라이언에어를 이용할 사람이 있다면, boarding pass 출력 다 해주니까 걱정하지 마시길.
저가항공이니만큼 이륙장을 걸어 직접 비행기를 타러 간다. 이제 막 아침이 밝아오는 이륙장이 꽤 아름다웠기에 오히려 좋았다.
저가항공사치고 자리도 넓고 깨끗하고 편했다.
충전 케이블이 없는 건 아쉬웠지만 영국에서 폴란드 왕복 35000원인데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영국 리즈 공항
약 5시간을 날아 도착한 영국
영국의 첫인상은 익히 들어왔던 그대로였다. 비가 오고 흐리고 추웠다.
영국에서 유학 생활 중인 한국인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얼른 공항버스를 탔다.
한 30분 달렸을까 친구와 만나기로 한 Leeds new station에 도착했다.
저 멀리 친구가 보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한국에서만 보던 우리가 영국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신기하게 우리가 만나자마자 비가 그치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하늘이 드러났다.
그제야 영국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사실 리즈 공항을 내렸을 땐 너무 흐리고 추워서 첫인상이 이렇게 안 좋아서야 어떡하나 했는데 비가 갠 뒤 영국은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하늘은 끝내주게 파랬고 따듯한 햇살이 날 감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린 근처 브런치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리즈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 이 카페 종업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조금 놀랬던 기억이 난다. 바르샤바에 있으면서 불친절은 아니지만 묘한 무뚝뚝함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과분한 친절이었다.
밥을 다 먹고 우린 리즈 아트 갤러리를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그를 추모하는 사진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리즈 아트 갤러리를 가는 길
친구가 내 뒷모습을 보고 "너 지금 진짜 관광객 같아"하면서 사진을 찍어줬다.
나 진짜 관광객 맞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날씨가 좋아진 리즈의 모습, 걷는데 살짝 더워질 정도로 날씨가 따듯해졌다.
리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거리에 있는 건물들에서 느껴지는 '올드함'을 꼽고 싶다.
길 가에 있는 모든 건물들에 세월의 흔적이 보였고 그래서인지 바르샤바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뭔가 고즈넉함과 웅장함이 느껴진달까.
너무 아름다워서 보자마자 감탄이 나왔던 한 건물
영국에 사는 친구도 감탄을 했을 정도니 내가 관광객이어서 오버한 게 아닐 거라고 믿는다.
Leeds Town Hall Tours
리즈 아트 갤러리를 가는 길에 발견한 콘서트 홀
앞엔 꽤 큰 규모의 광장이 있었는데 공사 중인 것 같았다.
Leeds City Museum
리즈 시티 뮤지엄도 발견했는데 묘하게 쌍둥이 빌딩이 생각났다.
Leeds art Gallery
드디어 도착한 리즈 아트 갤러리, 옆에 있는 시계탑이 참 아름다웠다.
아름다움도 잠시, 새벽부터 너무 바삐 움직여서일까 난 너무 지쳐서 아트 갤러리를 둘러볼 힘이 없었다. 어떡할까 고민하다 우린 아쉽지만 아트 갤러리는 포기하고 바로 친구 집이 있는 '노팅엄'으로 가기로 했다.
아트 갤러리 근처 벤치에 앉아 기차를 예매하고 아까 우리가 만났던 Leeds new station으로 향했다.
리즈 대성당
역으로 가는 길에 리즈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대성당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리즈 대성당을 끝으로 리즈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노팅엄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2시간쯤 걸렸을까 드디어 노팅엄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친구가 노팅엄에 한국인 친구가 오는 건 처음이라며 너무 신기하다고 했는데 나도 동감이었다.
친구에게 말로만 듣던 그 노팅엄에 오게 되다니..
친구 집으로 가는 길, 해가 어둑어둑 지기 시작했다.
노팅엄 첫인상은 '평화롭다'였다. 유네스코가 노팅엄을 '문학의 도시'로 선정했다고 하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됐다. 날씨가 흐림에도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친구 집에 도착하고 친구는 나에게 한식 중에 제일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다. 난 망설임 없이 닭갈비를 외쳤다. 친구는 알겠다고 하더니 뚝딱뚝딱 닭갈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상적인 닭갈비가 완성됐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고추장 맛에 취해서 난 밥을 세 공기나 먹어버렸다. 지쳐있던 몸이 닭갈비 덕분에 100%, 아니 150% 충전이 되었다.
그렇게 노팅엄에서 진하게 한국을 느끼며 영국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