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유럽여행일기 in 영국 노팅엄
10월 7일 오전 11시 30분
어제의 여파로 피곤했던 난 해가 중천에 떴을 때야 잠에서 깼다. 쨍한 햇살과 그림 같은 하늘이 그런 나를 환하게 반겨주었다.
당장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날씨가 좋아 우린 얼른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친구의 단골 쌀국수 집으로 가는 길, 실시간으로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눈이 부시게 쨍했던 햇살은 어디 갔는지 사라지고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정말 영국스러운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 점심과 나름 잘 어울리는 날씨였다.
비 오는 거리를 보며 따듯한 쌀국수 국물 한 입하니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감탄사 '시원하다~'가 절로 나왔다.
밥을 다 먹고도 비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리는 근처 카페에 가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비가 오니 확연히 추워진 날씨에 우린 핫초코를 시켜 먹었다. 달달한 뜨듯함이 몸속에 퍼지자 비 때문에 으슬으슬했던 몸이 한결 따듯해졌다.
그렇게 핫초코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자취를 감췄던 태양도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순식간에 하늘이 파랗게 변했다. 정말이지 변덕스러운 영국 날씨에 또 놀라면서 카페를 나왔다.
내 친구는 노팅엄에 있는 '노팅엄 대학교'에 다닌다. 노팅엄 대학교 캠퍼스는 노팅엄 관광명소 일정도로 이쁘다고 한다. 난 그래서 친구에게 학교 투어를 부탁했고 우린 함께 노팅엄 대학교로 향했다.
카페 근처에서 트램을 타고 30분 정도 갔을까 어느새 노팅엄 대학교에 도착해있었다.
University Of Nottingham
캠퍼스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큰 강엔 햇살을 받아 퍼지는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친구 말대로 캠퍼스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하지만 날씨도 좋고 학교가 예뻐서 그런지 힘들지 않고 걷는 맛이 있었다.
학교 안엔 굿즈를 파는 가게도 있었는데 귀여운 것들이 많았다. 노팅엄 대학교 학생은 아니지만 다 사 모으고 싶었다.
The downs
그리고 노팅엄 대학교의 명물 'The downs'에 도착했다. '광활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큰 푸른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끝없이 펼쳐져있는 하늘색과 초록색이 막혀있던 속을 뻥 뚫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날 환영해주듯 쨍하게 빛나는 태양 앞에 서자 마음이 벅차올랐다.
정말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점점 해가 지는 게 느껴졌기에 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축구 경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았다.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잔디 위에 다 같이 모여 승리를 위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니 '청춘'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에 우린 슬슬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학교에서 마주친 동물 친구들
노팅엄 대학교는 정말 자연친화적인 학교 같다.
트램을 타러 가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덮치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던 우린 놀라서 얼른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정말 영국 날씨는 알 수가 없다.
비 속에서 겨우 집에 도착한 우리는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불닭볶음면과 삼겹살을 먹기로 결정했다.
바르샤바에 있으면서 불닭볶음면이 너무 먹고 싶었었는데 이걸 영국에서 먹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오랜만에 먹은 불닭볶음면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
저녁을 다 먹고 맥주 한 잔 같이 마시면서 난 친구에게 참 대단하다고 멋지다는, 그리고 고생했다는 말을 했다. 평소에도 유학생활을 하는 친구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하고 그런 생각이 더 들었기 때문이다. 난 6개월 교환학생 생활을 준비하면서도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이 많았는데 친구는 얼마나 더 많았을까.
그래도 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친구는 영국 노팅엄에서, 각자의 도시에서 잘 적응해서 지금은 이렇게 노팅엄에서 함께 맥주를 먹고 있는 우리가 참 대견하게 느껴졌다.
이 노래에 ’거기 날씨는 어때'라는 가사가 있다.
맥주를 먹으며 이 노래를 같이 듣는데 우린 그 가사에 똑같이 감동을 받았다. 그 별거 아닌 가사가 이상하게 위로가 됐기 때문이다.
외국에 혼자 나가 있으면 매 순간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외로움이 찾아온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 가족들이 그립기도 하다. 그럴 때면 가족들에게 한국 날씨는 어떤지 물어보곤 한다. 그 마음을 우리 둘 다 알아서일까 '거기 날씨는 어때'라는 가사가 이상하게 우리를 눈물 나게 했다.
그렇게 서로의 청춘을 위로하면서 또 응원하면서 노팅엄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