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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세인 Nov 14. 2022

Lovely London

우당탕탕 유럽여행일기 in 영국 런던

10월 8일 오전 9시

런던 여행 첫 번째 날이자 노팅엄에서 마지막 날

기차역까지 배웅을 해준 친구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런던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내게 런던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런던 브리지'와 '노팅힐'이라는 영화다. 고등학생 때 처음 노팅힐을 보고 그때부터 런던 여행을 꿈꿨다.


옛 기억도 살리고 런던 여행 예열도 하는 겸 기차에서 노팅힐을 다시 봤다. 역시 노팅힐을 보면서 가니 내가 지금 런던에 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설레게 느껴졌다.

세인트 판크라스 역

노팅힐이 다 끝나고 얼마 안 가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 도착했다.


크고 사람이 많은 세인트 판크라스 역을 보니 내가 런던에 왔다는 게 더욱 실감이 났다. 여기서 난 이번 여행을 함께 할 바르샤바 패밀리 수민, 제라를 만났다. 바르샤바가 아닌 런던에서 보니 더 반가웠다.


우린 킹스크로스 역에 있다는 9와 4분의 3 승강장을 먼저 보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세인트 판크라스 역 바로 옆에 있는 킹스크로스 역
킹스크로스 역

킹스크로스 역에 들어가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찾던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역시나 그곳엔 9와 4분의 3 승강장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해리포터를 하나도 보지 않은 해리포터 무식자인 난 그냥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이었다.

그 옆엔 해리포터 굿즈 가게가 있었는데 해리포터 덕후라면 주머니가 탈탈 털릴 만한 귀여운 물건들이 많았다. 해리포터 덕후가 아닌 게 다행인 순간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킹스크로스 역을 나오니 쨍한 햇살과 파란 하늘 사이에 세인트 판크라스 역이 보였다. 여행의 첫 단추가 이렇게 아름답다니 이번 런던 여행의 예감이 좋았다.

Photo by soomin

‘영국에 왔으니 Five Guys는 먹어 봐야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세인트 판크라스 역 바로 건너편에 Five Guys가 보였다. 안 가볼 수 없었다.

Photo by soomin

파이브 가이즈가 서브웨이처럼 토핑을 선택해야 하는 곳인지 모르고 할라피뇨만 빼 달라고 했다가 할리피뇨만 있는 햄버거를 먹게 됐지만 너무나 멋진 뷰와 함께 해서 그런지 할라피뇨 햄버거도 맛있게 느껴졌다.

밀크셰이크와 감자튀김은 지금도 생각날 만큼 맛있었다. 역시 단짠은 언제나 옳다!

점심을 다 먹은 우리는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숙소 체크인을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세계에서 지하철이 제일 처음 운행된 곳이 런던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지하철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런던 지하철에선 핸드폰이 안 터진다는 얘기를 듣기만 했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숙소 근처 지하철역, 런던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시골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어쨌든 우린 얼른 숙소 체크인을 하고 노팅힐을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내내 내가 애나와 윌리엄이 사랑을 꽃피운 그곳, 그 '노팅힐'을 간다는 사실에 마냥 설레고 떨렸다.

포트벨로 로드 마켓

노팅힐에 도착해 서점을 가기 전 우린 먼저 토요일에 가면 좋다는 '포트벨로 로드 마켓'으로 향했다. 빈티지한 소품들과 음식들,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맛있어 보이는 누들이 있어서 사 먹었는데 맛은 그냥저냥 나쁘지 않았다. 영국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딱히 실망하진 않았다.

누들을 다 먹고 나오는데 사람이 많이 서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한식을 파는 가게였다. 뭔가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마켓에서 나와 우린 노팅힐의 하이라이트

노팅힐 영화 속 윌리엄이 일하는 곳이자 애나와 윌리엄이 처음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곳, '노팅힐 서점'으로 향했다.

더 노팅힐 북샵

10분 정도 걸어 드디어 노팅힐 서점에 도착했다.

영화에서도 작은 서점으로 나오지만 생각보다 더 작았다.

서점을 둘러보는데 머릿속에서 계속 영화 속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인지 마치 내가 노팅힐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쉽게도 휴 그랜트 같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고 로맨틱했다.

노팅힐 서점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우린 '메릴본'이라는 동네로 향했다. 메릴본 역에 내리니 셜록홈스 동상이 우릴 반겨줬다.

이때쯤 해가 져갔는데 해질 녘 런던은 더 아름다웠다.

메릴본이라는 동네가 부유한 동네로 유명하다던데 그래서인지 건물들과 상점들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던트 북스

우린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던트 북스'에 도착했다. 그 명성에 걸맞은 아름다운 서점이었다.

처음에 들어가면 장르별로 책이 모여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나라별로 책이 모여있다. 나라별로 책이 모여있는 곳은 지하, 1층, 2층 이렇게 나눠져 있는데 난 특히 2층이 좋았다.

오직 2층에서만 볼 수 있는 이 특별한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Photo by soomin

원래부터 서점을 좋아해서 런던 여행을 하면 '노팅힐 서점'과 '던트 북스'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오늘 이렇게 소원성취를 하다니 너무 행복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떠나듯 던트 북스를 못 떠나던 난 아쉬움을 달랠 방법으로 던트 북스 에코백을 생각해냈다. 러블리한 초록색 던트 북스 에코백을 손에 들고나서야 간신히 그곳을 나갈 수 있었다.


우린 8시에 예약한 맘마미아 뮤지컬을 보기 위해 웨스트엔드로 향했다.

웨스트엔드로 가는 길, 환한 불빛과 사람들이 가득한 소호 거리는 생동감이 넘쳤고 은은한 불빛을 내뿜는 거리의 건물들은 우아함이 넘쳤다.

Phto by soomin

그 분위기에 빠진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뮤지컬 시간이 촉박해져 버스를 타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영국에 왔으니 2층 버스 한 번 타 봐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타게 돼서 오히려 좋았다.

Novello theatre

버스 덕분에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도착한 우리는 공연장을 보자마자 감탄을 내뱉었다. 이게 바로 '웨스트엔드다!' 하는 아우라를 내뿜는 공연장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연장 안은 이미 맘마미아를 보러 온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나와 맘마미아를 같이 보러 온 수민이는 1층에, 나는 2층에 자리를 예약했기에 우린 공연이 다 끝나면 밖에서 보기로 약속하고 잠시 헤어졌다.


1부, 2부, 중간 10분의 Breaktime을 포함한 약 2시간의 공연 동안 난 완전히 맘마미아에 매료되었다.


유명한 뮤지컬인 만큼 익숙한 넘버들이 많았지만 처음 들어보는 넘버들도 많았다. 익숙한 넘버를 들을 땐 그대로 더 즐길 수 있어서 좋았고 처음 들어보는 넘버들을 들을 땐 처음의 감동이 느껴져서 좋았다.


좋았던 부분이 너무 많았지만 특히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단연 커튼콜을 꼽고 싶다. Dancing Queen에 맞춰 다 같이 춤춘 기억은 정말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 같다.

공연을 다 보고 나와 아직 맘마미아에 감동한 상태에서 수민이와 다시 만났다. 그런데 공연장 앞에서 노래가 들리는 것이다. 우린 얼른 그 소리를 따라 가봤다. 거기엔 Dancing Queen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직 맘마미아의 감동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라 나도 거기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거리에서 춤추고 노래 부른 건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너무 행복했다.

뭐랄까.. 날 가두던 어떤 올가미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기분?


그날 밤, 웨스트엔드는 지금도 기억하면 벅차오를 만큼 행복했다.

언젠가 꼭 다시 한번 가고 싶다.


한참을 공연장 앞에 있던 우리는 제라를 만나기 위해 템즈강 쪽으로 향했다.

Photo by soomin

이미 감동이 100%로 올라와있던 내게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에 빛나는 런던아이와 템즈강은 비현실적으로 낭만적이었다.

나와 수민이는 정말이지 완벽한 이 밤을 오랫동안 추억하기 위해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정말 뭐랄까 영화나 책에서만 보던 곳에 내가 실제로 와 있는 듯한, 그런 감동적이고 벅찬 기분이 계속되는 꿈같은 하루였다.

런던 사람들은 'Lovely'라는 말을 자주 한다.

처음엔 왜 저렇게 모든 말 끝에 러블리를 붙일까 의문이 들었는데 런던에 온 지 하루 만에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정말 러블리라는 단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도시다.

Photo by soomin

난 하루 만에 이 'Lovely'한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


Lovely 한 이 도시에서 보낸 Lovely 한 오늘 하루를 평생 잊지 않고 싶다, 아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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