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처음 떠나보내기.

by 하얀자전거


모든 만남에는 이별이 있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늦은 밤 저빌의 움직임이....

작은 꿈틀거림 뒤에 조그마한 빨간 두 눈이 백열등 필라멘트가 꺼지듯 희미해졌다. 그리곤 깊은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처럼 짧은 다리를 아주 천천히 폈다. 본능적으로 저빌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것을 알았다.

함께했던 3년여의 시간.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저빌의 죽음보다, 처음으로 ‘죽음’ 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이었다.



[몽골리안 저빌] 사막쥐라고 불리기도 하는 설치류 애완동물, 수명 3-5년, 순한 편, 한 마리만 키우면 외로움을 탄다고 해서 두 마리를 입양했다.



죽음의 첫 경험은 슬프고도 무서운 일이다.


초등학생 막내, 고등학생 딸아이가 맞아야 하는 슬픔은 생각보다 컸다. 아침에 아이들이 잠에서 깨기를 기다린 후, 조심스럽게 소식을 전했다.

“ 애들아… 저빌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 같아…..”

“ 응?.....뭐!!?...

크게 뜬 눈으로 멍하게 나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곧 짧은 정적을 깨고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두 아이의 울음소리가 집안에 가득하다.

처음 맞이하는 죽음은 헤어짐의 슬픔과 낮선 것을 맞이할 때의 무서움을 동반한다.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낮선 저빌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기도 어려워했다. 보고 싶지만 보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럴 때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나.





잘 헤어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일어나기전, 저빌이 잠들 수 있는 관을 새벽에 미리 만들어 놓았다. 소박한 종이상자지만 작은 몸뚱이가 편히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작은 상자에 친구의 작은 몸을 누인다. 깨끗한 편백나무 베딩을 골고루 깔고, 집에서 키우는 행복나무 초록 이파리를 덥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떠나는 친구를 위해 편지를 썼다.

막내가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본다.

딸아이가 헤어짐이 너무 싫다고 한다.







그리고, 모두 자연으로 돌아간다.


아파트 뒤쪽 작은 동산은 우리 가족이 가끔 산책하러 가는 곳이다. 그곳에 작은 친구를 묻어주기로 했다.

적당히 외진 곳,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을 만한 곳을 찾았다. 땅을 파고 편백나무 베딩을 깔고 작은 상자를 가만히 앉혀주었다. 그 위에 주변의 나뭇잎을 끌어모아 정성껏 덮어주었다.

이제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친구가 있는 곳인지 알 수 없다. 숲과 하나된 모습. 그 모습이 편하게 다가온다. 나뭇가지를 꺾어 작은 표시하나를 해 두었다.

남은 저빌친구도 언젠가 이곳에 오게 되리라. 그때 친구곁에 묻어주기로 했다.









죽음을 기념할 줄 아는 것도 좋은 것 아닐까.


중년의 나이쯤 되면 '죽음이란 사건'은 일상의 한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죽음을 처음 맞는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이 더 애뜻하게,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잘 맞이하고 잘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죽음이란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언젠가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곁에 있는 것임을 알게 되리라. 우리모두가 언젠가 맞이하게 될 그 당연한 것에 대해. 너무 가볍지도 않게 너무 무겁지도 않게, 담담하게 기념할 수 있었음 좋겠다.



2년뒤. 남았던 저빌 친구 그 곁에 잠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