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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이 Jul 09. 2023

[드라마 분석] 닥터 차정숙

연출 김대진, 김정욱 극본 정열아 제작사 ㈜스튜디오앤뉴,SLL,JCN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닥터’라는 주인공의 직업보다 ‘차정숙’이라는 한 사람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성장 드라마다. 이 지점이 여타 다른 의학 드라마와는 구별되는 ‘닥터 차정숙’만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 드라마는 매년 꾸준히 나오기 때문에 뚜렷한 차별성이 필수인데 ‘닥터 차정숙’은 의대를 나온 가정주부가 1년 차 레지던트가 된다는 설정으로 신선함을 가져  간다. 또한, 최근 워맨스와 여성 원톱 주연물이 강세를 보이는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이 외 세부적인 특징에 대해서는 소재, 캐릭터, 스토리로 구분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닥터 차정숙’은 착한 드라마다.

남편이 외도를 하고 외방자식이 있는 설정은 자극적이다. 심지어 외방 자식은 딸과 동갑이고 시어머니는 과도한 시집살이를 시키는 캐릭터다. 시댁과 내연녀를 악역으로 만들어 치정을 강조하고자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소재와 상황들이다. 하지만 ‘닥터 차정숙’은 이들의 악행을 강조하고 주인공의 선함을 부각해 복수극의 성격을 가져가지 않는다.


 되려 이렇게 못된 악역마저 미운 정이 들게끔 만들어 준다. 자칫하면 ‘사이다’ 전개로 통쾌함을 선호하는 대중에게 ‘답답한’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외도를 미화한다는 논란을 가져올 수도 있는 어려운 길이다. 이걸 드라마는 ‘톤’과 ‘캐릭터’로 해결한다. 


‘닥터 차정숙’은 코믹 드라마다. 

‘닥터 차정숙’은 현실감을 살리기보다 다소 과장되더라도 극성을 살려 재미를 주는 방식으로 극을 끌어나간다. 인호의 술주정씬이 대표적이다. 정숙과 인호의 관계가 밝혀지는 큰 사건이지만, 드라마는 꽃바지를 입고 우스꽝스럽게 주정하는 인호의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밉지 않은 파국씨,단순한 치정극이 아닌 이유 

드라마에서 차정숙만큼 중요한 캐릭터가 있다면, 단연 서인호다. 드라마는 서인호를 밉지 않은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찌질함을 강조한다. 정숙에게 권위적으로 굴면서 외도를 할 때는 세상 못된 놈인데 병원에서 승희와 정숙이 마주 칠까봐 벌벌 떠는 모습을 보면 너무 하찮아서 어이가 없다. 만약, 서인혁의 나쁜 점만을 강조했다면 드라마는 치정극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인호의 모친 역시 아들밖에 모르는 염치 없는 인물이지만, 갑상선 암에 걸리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가족이 없어 외로워하는 장면을 넣어 인간미를 살려준다. 최승희와 딸 은서는 정숙과 정숙의 딸 이랑과 대립 구도인 캐릭터들임에도 그들의 행동에 이유가 될만한 서사를 넣어준다. 즉, 완벽하게 악인인 캐릭터가 이 드라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닥터 차정숙’은 강약조절이 잘 된 이야기다.

차정숙은 강약조절이 잘 된 이야기다. 전업주부였던 정숙은 3화 만에 의사가 된다. ‘간이식’이라는 사건을 통해 정숙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인호가 어떤 인물인지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4화부터 본격적으로 정숙이 의사가 되는 성장기가 시작되지만, 동시에 인호가 준 팔찌 선물을 활용해 정숙이 언제 외도 사실을 알게될까 시청자를 계속해서 궁금하게 만든다. 


이 부분도 오래 끌지 않는다. 정숙은 9회에서 외도 사실을 알게 된다. 초반부가 정숙의 직업적인 성장기를 그려나갔다면 9화부터 인간적인 성장기가 그려진다. 이렇듯 크고 작은 사건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지루할 틈 없이 구성한 것이 이 드라마의 장점이다. 


또, 이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는 결말이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정숙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응징하는 대신 등장한 모두가 성장하면서 끝을 맺는다. 외도를 한 인호와 승희도 해피엔딩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지만, 이런 결말이 납득이 된 건 결말 자체가 차정숙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격과 일관된 행보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소재로 따뜻한 결말을 이끌어낸 뻔하지 않은 스토리지만, 충분한 개연성을 빌드업해놓은 것도 이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아쉬움, 로이킴

이에 반해서 서브남 캐릭터인 로이킴은 아쉬움이 남는다. 입양됐다는 개인 서사가 왜 필요했는지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조력자이자 친구인 백미희도 조력만하는 데 그쳐서 감초 역할이라고 보기는 애매했다. 차라리. 정숙에 대한 로이킴의 입장을 이성보다는 인간적인 호감으로 바꾸고 백미희와 러브라인을 만들어 감초커플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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