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주인공들은 각자 ‘드라마’에 대해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한다. 준영에게 드라마는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식이었고 지오에게 드라마는 힘든 현실에 대한 도피였다. 나에게 드라마는 세상을 보는 나만의 창이다.
학창 시절, 나는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를 보며 기자를 꿈꿨고 ‘아르곤’을 보며 언론의 정의를 고찰했다. ‘포도밭 사나이’를 보며 태어나 처음 시골에서의 삶을 상상했고 ‘프로듀사’를 보며 방송국에서의 일상을 동경했다. 성인이 된 내가 방송작가를 하고 농촌에서의 삶을 기록하는 사람이 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드라마는 늘 내 인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세상 수많은 이야기 장르 중에서 드라마를 가장 애정하는 이유는 드라마만이 가진 힘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화가 궁금한 드라마는 현실에 지쳐 내일이 궁금하지 않은 누군가가 일상을 견뎌낼 버팀목이 돼주기도 한다. 막장이라 불리는 소프오페라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누군가에겐 드라마가 삶의 위안이고 위로기 때문이다.
드라마 창작 수업 첫날, ‘드라마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웠다. 홍자람 작가는 돈을 내고 영화관을 찾아가 보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란 ‘누워서 발가락 사이로 보는 장르’라고 말했다. 누구나 편하게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드라마는 통속적이다. 통속성은 드라마가 등한시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예술로 인정받는 영화와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속성은 곧 ‘인간에 대한 성찰’이다. 드라마엔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과 시대의 감성과 통념이 담겨야 한다. 시대극에도 결국 현재 우리가 과거를 보는 시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게 내가 드라마와 사랑에 빠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