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의식 하나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

by 정소이

사소한 의식 하나


내게는 외출 전 행하는 작은 의식이 있다. 바로, 거울을 보며 고체 향수를 코 밑 인중에 바르는 것이다. 직접 공방에서 좋아하는 향만 골라 만든 고체 향수에서는 은은한 꽃향기가 난다. 인중에 향수를 바르는 날 보며 친구들은 이상하고 별나다고 말했다. 타인에게 좋은 향기가 나도록 하는 게 향수의 기능 중 하나라는 걸 떠올리면 틀린 말은 아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다.


처음은 사소했다. 며칠을 기를 쓰고 낸 자소서를 거절하는 회사가 열 손가락을 넘던 밤. 불빛 하나 없이 칠흑 같은 방 천장이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유난히 작게 느껴졌다. 다음날, 우울해하는 내게 친구는 작아지지 않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친구의 노력은 ‘취향 찾기’였다. 5평 남짓한 자취방에 자신의 취향이 아닌 건 아무것도 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컵 하나도 대충 사지 않는 그 과정이 자신을 지켜주는 느낌이 난다나. 듣기만 해도 품이 많이 들고 별나 보였다. 피식 웃고 넘긴 그 말이 생각난 건 최종 면접날 아침이었다. 습관적으로 목과 손목에 바르려던 고체 향수를 코 밑에 발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인데 타인을 위해 바르는 게 억울한 기분이었다. 평소보다 향기롭게 하루를 시작하니 기분이 좋았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서 향수를 한 번 더 인중에 발랐다. 면접이 끝나고 으레 그렇듯 답변을 되짚는데 꽃향기가 났다.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아침의 내가 말을 건네는 듯했다. 우울해지던 기분이 차츰 사라졌다. 그날, 나는 이 향기가 작아지려는 나를 일으켜 세워졌다고 느꼈다. 그것만으로 이상하고 별난 이 의식은 내게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이다.


세상을 힘차게 살아가기에 고된 환경이 자신을 갉아먹는 걸 너무 많이 봐왔다. 이런 험난한 세상살이 속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외부의 요인으로부터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가끔은 그 모습이 타인의 눈에 이상하고 별나 보여도 나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굳센 마음 방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그만큼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이 또 어딨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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