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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프랑켄슈타인> 감상

by sooowhat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아름다웠다. 아름답고도 슬펐다. 얼음과 뼈와 피로 휘갈겨 써내린 음악 한 곡을 들은 기분. 멀리 지평선에 깔린 주홍빛 지는 해 말고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한 기분. 고독감을 품 안에 끌어안은 나그네가 된 기분. 그 길로 북극 설원 위 순례에 나선 것 같은 기분. 시작부터 끝까지 그런 기분을 선사하는 영화였다.


영화가 끝난 뒤 이 고독감이 어째서 아름답게 다가오는지 생각해보았다. 또 기예르모 델 토로는 어쩜 프랑켄슈타인 마저도 아름답게 그려내는지 생각해보았다. 괴물의 남은 생은 죽지 못해 살 징벌에 불과할 텐데도, 그 처연한 고독이 메마른 불행으로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그가 끝끝내 사랑을 습득할 것이라 예견되어서일까. 언젠가 어디선가 촉촉한 대지를 발견할 것 같아서일까. 아니면, 살아있다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생명의 본질이라서일까. 홀로 탄생해 홀로 살아가는 생의 무게감을 한 구절의 서정시로 지어낸, 기예르모 델 토로 버전의 프랑켄슈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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