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가져가

꾸준함 삽니다.

by 박대현
뮤직비디오 감독 : 정재성


우유 가져가
작사 작곡 : 박대현 | 편곡 : 마그 | 노래 : 수요일밴드

6교시 마치고 종 칠 때쯤에 애들 보내려고 하는 찰나에
급식소 영양사님의 메시지 냉장고에 우유 아직 있다지

우유 당번 19번 지금 바로 가져와
선생님 깜빡했구나 우유 마시고 가거라

우유 가져가 좀 우유 마셔라 좀 우유갑 던지지 말고 잘 포개 넣어 좀
우유 가져가 좀 우유 마셔라 좀 우유갑 던지지 말고 잘 포개 넣어 좀

선생님 제티 타 먹으면 안 돼요? 옆 반은 된다는데 왜 안돼요?
초코우유 딸기우유 안돼요? 같은 가격인데 왜 안돼요?

마트에 가면 700원 편의점 가면 900원
남기지 말고 먹어라 흘리지 말고 좀 좀...

우유 가져가 좀 우유 마셔라 좀 우유갑 던지지 말고 잘 포개 넣어 좀
우유 가져가 좀 우유 마셔라 좀 우유갑 던지지 말고 잘 포개 넣어 좀


#꾸준함_삽니다


꾸준함... 이 꾸준함이야말로 아이들과 매일 함께 하는 교육자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일 것인데 나는 꾸준함이 없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꾸준함을 싫어한다. 일정한 일을 꾸준히 해내는 일은 내게 너무 힘든 일이다. 힘드니까 못하고, 못해서 싫다.


나만 이런가 해서 페이스북에 꾸준함이 부족한 내 성격을 하소연했더니 나 같은 선생님들이 꽤 있더라. 괜히 위안이 되는 건 뭐지? 나는 학기 초에 이런 저런 좋다는 것을 재빨리 익혀 나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편이다. 그렇게 잘 시작해 놓지만 학기 말이 되면 흐지부지되기가 일수다. 학급 규칙도 그렇고, 청소도 그렇다. 특히 우유 마시기가 가장 심하다.


우유 마시기는 학기 초엔 잘 지켜지다가 나중엔 정말 안된다. 별별 좋다는 아이디어는 모두 해 본 것 같다. 우유갑에 번호도 써보고, 모둠별로 우유 담당자도 만들어보고, 칠판에 마신 사람 자석으로 자기 이름 붙이기도 해봤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재미 삼아 아이들이 하는 척하지만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나도 아이들도 흐지부지된다.


노래 가사에 나오듯 우유 통을 가져오지도 않은 날이 한 달에 두어 번은 있는 듯하다. 전담이 많은 날, 체육활동 많이 한 날, 요리 한 날은 애들도 나도 쉽게 깜박한다. 우유 통을 아예 가져오지 않은 것이 처음엔 자책도 많이 하고 놀랐는데 몇 번 하다 보니 "오늘도 그래?" 하는 정도다. 영양사님이 "오늘'도' 안 가져갔네요" 하는 정도다. 그냥 "또 그랬네요. 냉장고에 좀 넣어주세요" 한다. 다음날 우유를 2개씩 먹는다.


아이들이 흰 우유를 싫어하지만 사실 나도 흰 우유 마시기가 싫다. 성인이 되어 우유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먹고 싶어 내 돈 주고 흰 우유를 사 본 적도 없다. 내가 좋아했으면 매일 우유를 챙겼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 내가 일기를 매일 쓰고 일기 쓰기를 좋아한다면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도 잘 시켰겠지?

선생따라 아이들도 가는거다. 미안하네 갑자기 ㅋ


꾸준함... 갖고 싶은 녀석...


아! 생각해 보니 나도 꾸준함이 있다.


꾸준하지 않은 꾸준함이다. 어릴 적부터 꾸준함이 없었다. 공책 한 권 끝까지 써 본 적이 없고, 볼펜이나 연필을 끝까지 써 본 적이 없다. 다 찢어먹고, 잊어먹고, 없어져 버렸다. 꾸준함이 없는 꾸준함은 여전히 꾸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