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돈룩업』, 헤일밥 혜성을 추억하며
- 유튜브 채널 '별바라기 StarFlower'에서도 함께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
『돈룩업』, 헤일밥 혜성을 추억하며
이번 영상에서는 영화 『돈룩업』과 20세기의 대혜성 헤일밥을 소개합니다.
- 헤일밥의 5가지 매력과 함께 아름다운 혜성 사진을 감상해 보세요.
- 『돈룩업』에 등장하는 가상의 디비아스키 혜성을 만들어 보고,
- 지구와 충돌하는 시나리오를 따라가며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살펴 봅니다.
- 끝으로, 디카프리오의 영화 해석도 놓치지 마세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 『돈룩업』은, 혜성 충돌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확정된 사실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SF 블랙 코미디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디비아스키 혜성인데요, 등장 인물들은 자기 입장과 시선에 따라 각각 다른 태도로 혜성을 맞이합니다.
영화 속 디비아스키 혜성은 20세기 가장 유명한 혜성 중 하나인 헤일밥 혜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보이는 모습이 매우 닮았어요. 파란색의 이온 꼬리와, 풍성하고 멋지게 펼쳐지는 먼지 꼬리는 영락없는 헤일밥 혜성입니다. 헤일밥 혜성이 지구의 공전 궤도까지 근접했던 점 또한, 지구와 충돌하는 디비아스키 혜성과 닮아 있습니다.
헤일밥 혜성은 1995년에 앨런 헤일과 토머스 밥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1997년 3월 30일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는 도심에서도 맨눈으로 관측 가능했던 20세기의 대 혜성입니다. 당시, 칠갑산 기슭 산장에 베이스 캠프를 두고, 틈만 나면 산을 올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습니다. 혜성은 매일 다른 매력을 갖추고 별지기들을 유혹했습니다.
매력1. 이온 꼬리와 먼지 꼬리가 먼저 등장한 후 서서히 핵이 보이는 과정에서, 두 개의 꼬리와 혜성의 핵이 땅으로 내려꽂히는 듯한 찬란한 V자를 이루었습니다.
매력2. 새벽이 밝아올 때 여명 속에 홀로 떠 있는 혜성의 모습은, 밤샘 관측의 피로를 날려주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매력3. 혜성의 먼지 꼬리가 핵의 지름보다 좁아 마치 쉼표와 같은 모양으로 보였습니다.
매력4. 근일점 전후로 -1.8등급까지 혜성이 밝아졌고, 저녁 시간에도 맨눈으로 장대한 꼬리를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매력5. 페르세우스가 처치한 괴물, 메두사의 머리 자리에 혜성이 위치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밤늦게까지 야외 활동에 부담이 없는 따뜻한 봄날에, 이런 멋진 모습을 석 달 가량이나 관측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별지기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정말 축복과 같은 일이었지요. 당시 헤일밥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음 속 깊이 인생 혜성으로 간직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매력 외에, 목성에 의한 헤일밥 혜성의 궤도 변화는 영화 『돈룩업』의 실현 가능성을 증거하는 듯, 우리에게 주목할 만한 화두를 던져 줍니다. 이 혜성의 공전 주기는 약 4,200년으로, 기원전 2215년 7월에 이미 한 차례 지구를 방문했었는데요. 당시 이집트를 통치했던 파라오 페티의 피라미드에는 하늘에 있는 파라오의 동반자로서 ‘긴 머리 별’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그런데, 4,200년만에 지구를 다시 찾은 헤일밥 혜성은, 목성과 약 0.77 AU 거리까지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목성 중력의 영향으로 공전 궤도가 크게 줄어들었고 주기도 2,456년 정도로 단축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다음 지구 방문은 4,453년경이 될 것이고, 다른 변수에 의해 궤도가 또 변경된다면 지구와 아슬아슬한 충돌 위기에 놓일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는 『돈룩업』을 좀 더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지구와 충돌하는 가상의 디비아스키 혜성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헤일밥 혜성의 근일점 전후 4년 동안의 궤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궤도 요소 2개를 바꾸면, 지구와 충돌하는 가상의 디비아스키 혜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먼저, 혜성의 궤도가 지구 궤도와 만나도록 근일점 거리를 0.9에서 0.8로 수정하고, 다음으로, 근일점 시각을 적절히 조절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제부터는 2023년 1월 4일 지구와 충돌할 가상의 혜성을 따라가며, 혜성이 지구에 다가올 때 『돈룩업』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혜성 발견 초기, 즉 혜성 충돌 6개월 전, 인류 멸망이라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백악관이나 언론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지지율, 인기도와 같은 코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거죠. 일반 대중도 마찬가지입니다. 혜성 충돌 이야기가 방송되는데도, 인류 멸망이라는 확정 사실보다 눈앞에 보이는 감정의 즐거움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과학적 결과물은 인류의 존망을 제시하지만 모두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혜성 충돌 5개월 전, 다행히 백악관의 이해 관계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미 대통령은 혜성 폭파 계획을 실행하려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영리 추구가 최대의 목적인 대기업이 등장하여, 혜성의 광물 자원이 인류를 풍요롭게 할 거라며 폭파 계획을 취소시킵니다. 혜성을 30개의 조각으로 부수어 지구에 추락시키면, 피해도 크지 않고 광물 자원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대안을 이야기하면서 말이죠.
혜성 충돌 25일 전, 이제는 혜성이 맨눈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구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혜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 속도도 초속 40 km이상으로 더욱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백악관과 대기업은 일반 대중의 눈을 가리기 위해 ‘하늘을 보지 말라, 돈룩업’이라는 정치 운동을 시작합니다. 심지어, ‘하늘을 보라, 룩업’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공권력을 이용하여 잡아넣고, 활동에 제약을 가하기까지 합니다.
혜성 충돌 1주일 전, 돈룩업 운동에 동참하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혜성의 거대한 모습은 이제 또렷이 보입니다. 충돌 당일에 인류를 풍요롭게 하겠다던 기업가의 계획도 실패로 끝이 납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혜성 충돌과 인류 멸망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이미 너무 늦은 것입니다….
결국 디비아스키 혜성은 지구와 충돌하며, 인류가 수천 수만 년 동안 쌓아 올린 문명을 한 순간에 무너뜨립니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디카프리오는 『돈룩업』 스페셜 코멘터리 영상을 통해, “이 작품은 기후 위기를 빗댄 영화로, 과학적 진실을 듣지 못하고 귀 기울이지도 않는 현대 문화를 비유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름다웠던 헤일밥 혜성을 추억하며, 자연과 우주의 신비를 계속 만날 수 있길 기도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유튜브 채널 '별바라기 StarFlower' 에서 더 자세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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