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팀장
제가 팀장이요?
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지금은 엑셀을 조금 더 많이 만지고 있다.
현 회사에 이직을 하면서 '나 홀로' 디자이너로 남게 되었는데 인원이 1, 2명 늘어나더니 팀장 통보를 받아버렸다. 처음에는 부담보다는 능력을 인정해 주신 거구나에 기쁜 마음이 80%였다면 점차 기쁨보다는 부담이 더 커지게 되었다.
업무가 생각했던 부분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팀원을 '관리'하고 불만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며, 개개인 팀원의 성장을 도모해 주고.. 디자인의 업무와는 거리감이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일을 하는 게 맞는지, 겉만 번지르르한 속 빈 강정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이 되었었다. 사수 없는 팀장을 구제해 줄 사람은 없는가 처음에는 굉장히 막막함 밖에 없었는데, 팀장 1년차를 넘어서는 요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드는 생각은 "그래 세상엔 정답은 없어… 새로운 유형의 팀장이 되어보아야지." 하는 나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은 넓고 팀장에는 정해진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첫 팀원을 뽑았을 때, 내가 어떻게 해야 더 부족하지 않게 보일까 걱정을 했지만 내가 해준 피드백을 받고 성장하고,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해볼게요!"라는 말을 해줄 때, 굉장히 값진 뿌듯함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기쁨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고 나밖에 몰랐던 성격이었는데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팀원들을 만나 나 또한 에너지를 얻고 재밌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연차가 부족하다는 점을 무시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해 주고 나의 능력을 믿어주는 팀원들이 있어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3명의 팀원들이 아니었다면 못하겠다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지도 모른다.
회사라고 함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조직이기도 하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나의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사수가 없음에 배움의 갈망과 걱정을 가득 앉고 있었던 나는, 조금 더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다가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하나의 방법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올해 '마케팅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단톡방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독서모임'이라는 낯설고 두근거리는 경험을 해보기도 했다.
세상이 좁아짐에 따라 오히려 미디어에 있는 대단한 디자이너, 마케터에 대해 선망을 가지고 비교하게 되었는데 직접 사람들과 소통해 보니 모두 가지고 있는 고민이구나, 또 이런 고민들을 이렇게도 해결할 수 있구나를 들으니 어떻게 보면 답답하고 막막했던 일들이 조금은 개운해졌다.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회사의 일원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감사한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