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미제라블을 관람하고 쓰는 기록
1월의 마지막 날, 저는 한강진에서 장발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바로 이태원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뮤지컬 레미제라블 이야기입니다. 사실 뮤지컬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사실 좋고 싫음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뮤지컬을 본 적이 없어 제가 뮤지컬을 좋아하는지도 몰랐는데요. 다만, 티켓 값이 비싸 '영화보다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예술 장르'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킹키부츠, 레베카를 본 이후로 점점 뮤지컬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점점 제게도 취향이란 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이번 공연, 뮤지컬 '레미제라블' 역시나 제게 '뮤지컬이란 이런 매력이 있구나'를 알려주었습니다. 어떤 매력이었는지 저와 함께 감상하러 가보실까요?
레미제라블은 1862년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이자, '웃는 남자', '노트르담 드 파리'로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가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19세기의 프랑스 왕국의 격동적인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인공은 '장 발장'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어렸을 때 배웠을 듯한데요. 맞습니다. 가난으로 굶주림에 시달리는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치다가 걸려 5년 형을 선고받았던 그 '장 발장'입니다. 저는 빵 하나를 훔친 죄로 원래부터 19년 형을 선고받은 줄 알았으나, 구형도중 4번의 탈옥을 시도하면서 14년의 형을 더 받게 되었더라고요.
원작에서 그는 형기를 다 채우고 나왔지만, 뮤지컬에서는 가석방 상태에서 도망친 후 사업에 성공, 시장이 되어 불우한 이웃들을 도와주는데요. 그러다 그의 공장에서 일하던 '팡틴'이라는 여성이 억울한 이유로 쫓겨나 매춘을 하고 결국 죽으면서 자신의 딸인 '코제트'를 그에게 부탁하죠. 이후 그는 그녀를 자신의 친딸처럼 키웁니다. 7월 혁명으로 부르봉 왕조가 사라지고 입헌군주제 왕정이 등장하는 격동적인 프랑스혁명의 시기 속에서 '코제트'는 '마리우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올리게 됩니다. 그녀의 행복은 모두 헌신적인 사랑을 베푼 '장발장'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1층과 엘리베이터에는 프라임오피스 매체 운영사인 '스페이스애드'의 광고 스크린이 있습니다. 처음에 프라임오피스가 무슨 뜻일까 찾아봤는데, 오피스 빌딩 등급 분류의 최상위급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 건물이 여기에 속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경제력이 가장 높은 고소득 직장인이 생활하는 프리미엄 타깃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어느 날 다양한 무료문화혜택을 제공하는 직장인 커뮤니티 '문화사이 멤버십' 모집 공고가 뜬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설마 내가 되겠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더니 덜컥 붙었답니다. 사설이 길지만, 여하튼 덕분에 문화사이 멤버십 1기로서 '레미제라블' 뮤지컬 티켓을 지원받아 다녀왔습니다.
저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게 된 이후로 뮤덕으로 점점 성장하고 있는 남편과 함께 일요일에 블루스퀘어를 찾았습니다. 저녁 7시 공연이라 식사 시간이 어중간했는데, 다행히도 공연장 한편에 식당이 있어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제가 앉게 될 자리는 2층이었지만, 2열 8번과 9번으로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더라고요. 사실 뮤지컬 볼 때 1층만 앉았던 터라, VIP 티켓이 2층도 있는 줄 몰랐거든요. 그런데 2층에서 공연장을 바라보니 전체적인 뷰가 한눈에 들어와서 관람하는 데 더 좋더라고요. 배우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대와 먼 자리라면, 차라리 1층보다 2층이 더 낫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본 날은 '장발장' 역에 '민우혁' 배우님이셨고, '자베르' 역에 '카이' 배우님이셨는데요. 아주 솔직히 말해서, '민우혁' 배우님은 공연 초반부에선 목이 덜 풀리셨는지 고음에서 막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공연이 점점 중반부, 후반부를 향해 가면서 안정적인 톤의 대사나 노래 실력이 굉장히 돋보여서 정말 노력하는 배우구나 싶었습니다. 재능보다는 노력이 이긴 느낌이랄까요.
반면에 '카이' 배우님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습니다. 찾아보니 팝페라 가수 겸 뮤지컬 배우시더라고요. 노래 실력도 정말 좋았고 특히 극 중에서 '자베르' 캐릭터의 굉장히 임팩트 있는 순간이 있는데 (스포라 정확히 말씀은 못 드립니다.) 그때 연기나 발성, 노래 실력 등이 정말 엄청나서 소름이 돋더라고요. 저희 남편은 '카이' 배우님에게 빠진 듯 집으로 오는 내내 칭찬 무한 릴레이를 했습니다.
시드니에서 미녀와 야수 뮤지컬을 본 뒤로, 뮤지컬 굿즈를 모으는 게 소소한 취미가 되었는데요. 확실히 굿즈도 한국이 훨씬 비싸더라고요. 뮤지컬을 다 보고 정말 인상 깊은 공연이었으면 사가야지 생각했다가 결국 완전히 까먹고 빈손으로 집에 왔답니다.
공연 사진은 당연히 촬영이 불가하지만, 제가 갔을 때 운이 좋게도 커튼콜 촬영이 가능한 기간이더라고요. 커튼콜은 사진 촬영이 무조건 가능한 줄 알았는데, 촬영 가능 기간이 별도로 있다는 데에 놀랐습니다. 여하튼 공연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의 순간이더라고요.
뮤지컬에서 공연 음악을 책임지는 음악감독님의 지휘에 맞춰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연주자분들이 연주하는 악기의 선율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 분들이 주연과 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고 모두들 제 역할을 200% 이상 잘 해내 주셔서 다들 감탄하는 공연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어린아이들도 종종 등장하는데, 어떻게 저 많은 대사를 음악에 맞춰 노래 부르듯 연기할 수 있는지 신기했습니다. 만약 어릴 때부터 이런 뮤지컬을 보면서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일 듯싶어서 남편과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이런 데에 자주 데리고 오자는 이야기를 했답니다.
참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확실히 '문화사이 멤버십' 덕분에 무료로 이렇게 좋은 관람의 기회를 얻어서인지 더 재밌고 더 행복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023년에 많은 이들이 있어 생각만큼 브런치에 글을 자주 쓰지 못했던 것 같은데요. 올해 2024년은 청룡의 기운을 받아 글도 열심히 쓰고 갓생을 한번 살아보려 합니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문화 예술 공연도 많이 접하면서 말이죠.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