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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han Ahn Dec 08. 2019

Freakout 에서의 마무리.

2019/3/15를 마지막으로 Freakout에서의 Software engineer로서의 일을 마무리했다.

이와 동시에, 도쿄 생활도 마무리하고 2019/3/16에 귀국하였다.

그 이후, 오늘 이 시점까지의 시간은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과 생존을 위해 보낸 정신없는 순간들이었다.

Freakout에서의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느꼈던 점들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뛰어난 동료들

 이 회사에 들어오기전에 한 가지 바램이 있었다. 좋은 동료, 특히 좋은 시니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 내가 생각한 좋은 시니어는 몇 년이 지나서 내가 그 사람만큼의 경력이 채워졌을 때, 그때 나의 엔지니어로서의 모습이 그 사람과 같아졌다고 생각했을 때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이 회사에는 다행히 그런 분들이 많이 있었다. 항상 내 자신이 제일 모자란 사람이다, 그렇기에 더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고 더욱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었다. 오픈 소스에도 기여하고, 이런 저런 개발 커뮤니티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고 계신 뛰어난 분들도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일을 하는 모습은 평생 새기고 가야할 모습이다.


리뷰 문화

 코드 리뷰가 당연한듯하지만 직간접적으로 듣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생각보다 제대로 리뷰 문화가 갖추어지지 않은 조직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Freakout에서는 리뷰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코드 리뷰라는게 감정이 상하기도 쉽고, 잘못하면 탑다운 방식의 조직을 양산할 수 있는 위험한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여기서는 시니어들도 매우 조심스럽게 예의를 지키며 그러나 날카로움은 유지하면서 리뷰를 한다. 그리고 리뷰를 받는 사람들은 납득하도록 받아들이고 자기 발전을 위해 힘쓴다.

 나도 처음에는 프로덕션 레벨의 코드를 작성하는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이 부족하였기에 말도 안되는 것으로도 코드리뷰에서 지적을 많이 당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리뷰어의 입장으로서 상당히 괴롭웠을 것도 같다. 하지만 내 코드를 리뷰해준 시니어들은 끝까지 인내와 예의를 지키며 나의 코드를 끝까지 날카롭게 리뷰해주었고, 이것이 나의 엔지니어로서의 강한 기반을 만들어줬다고 확신한다.


Tech day

 이것은 아마도 구글의 80%의 본 업무와 20%의 별도의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80/20에서 착안한 Freakout만의 독특한 모델인데, 격주 금요일에는 각자가 본래 맡고 있던 프로젝트에서 잠시 벗어나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에 자율적으로 commit을 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시간 동안에는 부족한 도큐먼트 작성, 테스트 코드 작성, 리팩토링, 새로운 프레임워크/툴의 도입 테스트 등을 할 수 있고, 우리가 갖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갖가지 실험을 해볼수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image creative가 CTR이 높을까 등등..) 그리고 저녁 18:30이 되면 CTO의 사비로 음식과 맥주 등이 준비가 되고, 이를 먹고 마시며 한시간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발표를 한다.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수 있기에 매우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난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 항상 무엇을 해야될지가 너무 큰 고민이었고, 그렇게까지 의미있는 일을 하지는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서화

 다른 어떤 조직보다도 뛰어나다고 확신 할 수 있는 부분이 문서화이다. Redmine이라는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여 이 위에 Wiki, Task등을 작성한다. 기본적으로 wiki에 onboaring에 필요한 자료는 대부분 구비가 되어 있고, 그것도 매우 상세하게 step-by-step으로 잘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task의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결과까지 잘 써놓기 때문에 내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할 때, 혹은 Oncall의 위급 상황 대처시에 참고하기가 매우 좋고, 대부분 Wiki와 Task들의 정리안에서 해결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도 도큐먼트를 쓰면서 기록을 중요시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엔지니어는 코드 뿐만 아니라 글과 자료들로도 본인이 하고자하는 바를 잘 표현해야된다고 느끼게 된 부분이었다.


성장하는 회사

 이 부분은 내가 매우 운이 좋았다.

 회사가 잘 성장하다가 약간의 정체기에 있을 때, LINE이라는 우량 회사에 독점적으로 1년간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계약이 이루어졌고, 이 때 우리 회사는 또 한 번 어마무시하게 성장을 했다. 일단 성공하는 경험 자체가 엔지니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자신감을 주고, 금전적인 보상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직전 회사에서는 이런 성공하는 경험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많이 잃은 상태였는데, 이 회사에서 그런 상처를 많이 씻을 수 있었다.


맺음말

너무 좋은 점이 많은 회사였다.

이런 좋은 회사에서 내 엔지니어로서의 초반의 기틀을 잡을 수 있는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앞으로도 Freakout의 번창과 행운을 빈다.

물론, 나의 번창과 행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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