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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Mar 15. 2020

꿈속에서라도 봤으니까 되었어.

보고 싶었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나에게 꽤 선한 영향을 준 사람이라 헤어진(연인 X) 이후에도 문득문득 생각이 났던 사람. SNS를 통해 소식을 보며 ‘꽤 잘 지내고 있구나’ 했던 사람.


이 사람과는 만나야지 하면서 서로의 시간이 계속 엇갈려서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약속을 잡기는 했으나 그마저도 확실하지 않은?


근데 그 사람이 꿈에 나왔고 나는 그 속에서 꿈인 걸 알았다. 꿈속에 나는 어떤 프라이빗한 카페에 방문하게 되었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었나? 2-30년은 되어 보이는 오래된 건물에 층을 오르려면 삐걱 소리가 나는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야 했다. 센서등이 없는지 밖은 밝은데 내가 걸어 올라가는 계단은 어두웠다. 2층이었는지 3층이었는지 가게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았다. 열고 들어가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아니면 방문하는 모든 손님에게 그러는지 그 사람이 문을 열어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와요, 기다렸어요.”

“?????????????”

“들어와요.”

“왜 여기 있어요?”

“제가 운영하는 카페예요.”


아직도 그의 인상착의와 카페의 분위기가 선명하다.

한 번도 안경을 쓴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검은 뿔테 안경을 썼고 정장을 입고 있었다.


문틈 사이로 그 사람 뒤로 보였던 카페의 분위기는 앤틱한 분위기에 주황색 조명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딱 봐도 그 사람과 너무 잘 어울렸다. 이곳은 그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꿈인 걸 알아서 '그래, 현실에서 못했던 거 다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한 발짝 더 내디뎠다.


순간 무대 핀 조명이 나에게만 비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이 너무 부셔서 앞을 제대로 보기 어려웠고, 그 빛이 익숙해질 때쯤 알았다. 나는 그곳에서부터 멀어졌고 현실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너무 생생해서 눈을 뜨자마자 헛웃음이 나왔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의 환한 빛은 다름 아닌 창문을 통해 들어온 아침 햇살이었다.


언젠가 스치듯 본 글귀가 문득 생각났다.

" 꿈에 누군가 나타난다는 것은 내가 정말 그 사람이 보고 싶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보고 싶어서 달려온 거라고"


느낌에 내가 더 그 사람이 보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는데? 이후로 그 사람 생일날 용기 내 연락했는데. 그에게 나는 그저 스쳐 지나간 사람들 중 한 명이었고 나만 붙잡고 있는 관계라는 걸 알았다. 전혀 아쉽지 않았고, 서운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꿈에서 본 걸로 이미 정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나도 그저 내 서랍 한구석에 스쳐 지나갔던 좋은 기억을 남겨둔 사람으로 넣어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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