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대체 이걸 왜 먹지? 싶었다. 어르신들이나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고 이걸 가지고 요리를 해주는 엄마가 괜히 미웠다. 엄마가 꼭 어르신이 된 것 같아서.
어느 날인가 퇴근한 엄마의 손에는 검은색 봉지가 있었다. 이게 뭐냐고 하면서 열어봤더니 매생이 철이라며, 선물 받았다고 해감 후 소분하자고 하셨다. 어릴 땐 그렇게 싫던 매생이가 언젠가부터 입맛이 변하더니 이제는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다.
해감하고 소분을 하면서 국 말고 따른 요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다가 매생이전도 해보고, 미역국, 칼국수 등 여러 가지를 도전하다가 엄마의 입맛을 저격한 음식이 하나 있었는데.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완성된 음식의 색감도 예쁘고 해서 한 번 해볼까? 했고, 완성된 음식은 비리지도 않고 촉촉하면서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엄마는 예쁘다면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회사에 도시락 반찬으로 챙겨가셨다.
특별한 것도 아녔다. 그냥 매생이 계란말이였다. 먼저 매생이를 굵은 소금을 풀어놓은 물에 헹구고 이물질을 제거한 뒤에 꾹 짜서 물기를 제거했다. 이후에 큰 볼에 손질한 매생이를 넣고 가위로 대충 막 잘랐다. 그다음 매생이를 담은 볼에 계란 흰자를 넣고 섞어주고, 다른 볼에는 전란과 남은 노른자를 넣고 풀어뒀다. 약간의 소금과 물도 조금씩 넣었다.
이제부터 온 신경을 모으고 모아서 집중할 타이밍. 달군 팬에 기름을 얇게 바른 후 먼저 매생이와 흰자를 섞어 둔 걸 올린 후 차근차근 말아줬다. 어느 정도 말다 보면 직사각형의 모양이 잡히는데 이후에 노란 계란 물을 이어서 팬에 부어주고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계속 말아준다. 그렇게 계속 잘 말아주다 보면 직사각 모양으로 완성이 되는데 팬에서 꺼내기 전에 옆면도 한 번씩 익혀주고 한 김 날린 후에 흐트러지지 않도록 슬슬 잘라주면 초록빛과 노란색의 조화가 봄 같다. 개나리꽃, 프리지아 같은 노란 꽃과 초록 잎의 조화로움 같다고나 할까?
워낙 싱겁게 먹는 식습관이기도 하고 해서 간을 조금 덜 했더니 매생이의 짭조름함 덕분인지 딱 맞았다. 계란 물을 풀 때 물은 한 숟갈 정도 넣었더니 뭔가 더 폭신한 느낌이었다.
특별하지 않은데 최고라며 잘 드시고 자랑하는 엄마를 보니 괜스레 부끄럽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그냥 좋았다.
엄마가 나를 볼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었다. 엄마가 해준 요리를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는 모습을 볼 때. 동료들과 도시락을 나눠 먹고 엄마에게 오늘 반찬 맛있었다며 다들 맛있다고 극찬하더라고 전했을 때 말이다.
그동안 할 줄 알면서 안 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할 수 있는 한 종종 엄마 반찬 한 가지쯤은 해야겠다고 ‘생각’만 했다. (과연 지켜질지) 당연히 엄마의 손맛은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많이 부족하겠지만, 맛없으면 맛없다고 하실 분(이전에 그랬던 적 있음)이지만.
그래도 때때로 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