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며 느끼는 자격지심처럼 못난 건 없다
'자격지심'은 참 못났다.
친구, 연인, 때로는 가족을 포함한 나의 주변인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생기는 이 감정은,
나를 참 못나게 만든다.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 여유로워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남들로부터 숨길 순 있어도, 나 자신한테는 절대로 숨기지 못한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어렵게 만들며, 타인으로 부터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최근 나는 자격지심중에서도 제일 부끄러운, 연인에 대한 자격지심과 꽤 오랜 기간 싸웠다.
나보다 월등한 경제적 환경,
나보다 풍요로운 유년시절의 경험들,
나보다 훌륭한 인맥,
나보다 높은 학력,
나보다 다양한 취미,
나보다 모든게 쉬워보이는 그의 삶이, 나를 못나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그의 '상대적 잘남'이 나를 자랑스럽게 만드는게 아니라 자격지심이 들게 한다니,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지 못했는지 알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응원하지 못하게 되고,
그가 이루는 성과들에 대해 '나보다 훨씬 쉬운 인생이잖아'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내가 너무 못나서,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되고, 이런 나를 좋아해주는 그의 감정을 의심했다.
이렇게 연애를 하며 겪은 자격지심은,
나를 '사랑 받을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 그러면 헤어지는게 나은걸까', 라고 혼자 오랜 기간 진지하게 고민도 해보았다.
하루는 밤에 누워서 눈을 감고 그와의 이별을 상상해 보았다.
상상을 하는 와중에 눈물이 흘러 눈물을 닦기 위해 티슈를 향해 손을 뻗으며 실눈을 떴다.
분명히 12시쯤 누웠던 것 같은데, 해가 떠 있었다.
따갑게 시야를 가리는 눈물과, 커텐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나에게 한마디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다.
"혼자 잠도 안자고 뭐하냐, 너 이래놓고 오늘 하루종일 잠만 잘거지?"
그놈의 자격지심때문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울고, 잠도 못잔 내 꼴이 너무 못나서 웃음이 나왔다.
헤어지는 상상하는것만으로 눈물이 날 만큼 좋아하는데, 뭐하러 그런 상상을 했을까 싶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쏟고싶은 사랑이란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오는 사랑도 막고 있는건, 다름 아닌 나의 자격지심이었다.
그러면 이놈의 자격지심은 어떻게 안느낄 수 있을까.
가지고 태어난 환경, 그 환경으로 부터 십수년간 쌓인 경험들과 배경의 갭은 되돌이킬 수 있는것도 아닌데.
이런 고민의 끝에 생각했다.
"왜 이기려고 해? 그냥 그사람과 별개로 너 스스로가 널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그걸로 충분한거 아닌가"
나 스스로 날 사랑하고 진심으로 나 자신을 멋지다고 생각할만큼 내가 멋있는 사람이 되면,
자격지심같은게 날 괴롭히지 않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부터 '나'라는 절대적 존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내가 혼자 일궈온 것들, 앞으로의 인생에서 이루고싶은것들을 정리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실천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누군가와의 비교질이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물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면, '남과의 비교'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고, 그 사랑을 지키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더 이상 사랑이라는 감정에 자격지심이 들어올 틈이 없어진다는걸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