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와인을 마시고 와인을 책으로 읽는다.”
본격적으로 책 읽기를 시작한 지 12년째다. 2006년, 신문기사로 접한 <독서법 워크숍>에 관심을 두고 처음으로 8시간 과정에 참여하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과 많은 책을 구매하는 계기가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서법을 정리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집 안에 쌓인 책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얻을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독서법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다. 이것은 책의 형태만 달라졌을 뿐 독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떻게 독서 습관을 들일 수 있을까? 그동안 수백 권의 읽으면서 얻은 결론은 즐겨한다는 것이다. 속독법 등 다양한 독서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서법은 책 종류와 독자의 배경지식 수준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특수한 기술이나 기능이 아닌 일반적으로 누구나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책 읽기는 무엇일까? 수백 종류의 책을 접하면서 본문 내용을 읽기 전에 부담을 느껴 재미와 흥미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책은 읽히지 않으면 장식품에 불과하다. 장식품이 아닌 지식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독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왜 ‘와인리딩’인가? 매주 대형마트를 가면 꼭 들려보는 곳이 있다. 바로 와인을 파는 와인셀러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맥주, 소주와 와인은 차이가 있다. 와인은 소비자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우리는 수십 종류의 와인 중에서 과연 무엇을 선택해서 마셔야 하는지 고민한다. 그래서 와인은 공부해야 마실 수 있는 술로 생각한다.
“책으로 와인을 마시고 와인을 책으로 읽는다.”
나는 와인을 좋아한다. 그러나 책만큼 많이 마시지 못했다. 반면에 책은 연간 150~200권 사고 틈틈이 읽는다. 현재 집에 쌓여있는 책은 1,272권이다. (‘Biby’ App로 인터넷 서점에서 산 책을 모두 검색하여 등록할 수 있다). 책에 대해서는 아마추어 독서가나 애서가 이상으로 좋아한다. 이렇게 책을 가까이한 지 10년이 지났다.
필자는 흥미나 관심이 생기는 대상은 수집하길 좋아한다. 70년대 초등학교 시절에는 용돈이 생기면 문방구에 가서 로봇(그 당시는 마징가, 태권브이가 인기 있었음)이나 탱크나 전투기, 독일이나 미군 병사의 프라모델을사서 만들고 놀았다. 80년 초반 중학교 입학을 하면서는 팝송에 흥미를 느끼면서 LP를 수집했고 200장 이상을 모았다. 80년 후반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CD를 들으며 200장 이상 모으고 직접 가볼 수 없었던 외국 록 그룹의 공연을 보기 위해 DVD를 최근까지도 100여 장 이상 사 모았다.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여 초보자로서 모차르트 등 유명한 작곡가의 CD 전곡 전집을 사 모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모차르트, 베토벤, 말러, 그리고 드보르작의 전기나 평전을 샀다. 건강에 관심이 생기면서 달리기를 시작했고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두 번이나 완주했다. 그와 관련된 전문서적도 30여 권 구매해서 읽었다. 책을 즐겨보는 독자들도 한 번 쯤은 어떤 물건이든지 수집을 해봤을 것이다. 위와 같이 필자는 흥미가 생기면 무조건 수집한다.
와인은 어떤가? 구매하는 것도 가격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직접 경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마시면 취하는 알코올이란 점이다. 와인은 종류가 무수히 많다. 일설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100만 종의 와인이 있다고 한다. 와인은 다양한 풍미를 지닌 특이한 술이다.
만약에 술이 아니라 무알코올 음료였다면 맛을 평가하고 시음하는 일반인들이 좀 더 쉬웠을 것이다. 필자는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 와인 한 잔만 마셔도 바로 얼굴이 붉어지고 알코올 취기가 돈다. 그런 상황에서 “와인”을 알고 싶은 마음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 직접 경험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와인을 간접 경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와인을 공부를 위해서 관련 서적을 사서 읽는 것이다. 그래서 읽었던 책이 바로 “와인 앤 더 시티(이진백 지음, 2006)”다. 그 책에서 저자는 4년간 와인과의 러브스토리를 솔직 담백하게 그려낸다.
필자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와인을 공부하기 위해서 20여 권 이상 관련 서적을 샀다. 하지만 그중에서 지금 소개한 “와인 앤 더 시티”가 간접 경험을 익혀 직접 경험을 실천할 수 있는 적절한 책이었다. 방법은 뜻밖에 간단했다.
저자가 경험했던 와인 여행을 따라가며 책에서 언급된 와인을 한 병씩 사서 마셔 보는 것이다. 물론 책에서 소개한 여러 종류의 와인을 직접 마실 수 있지만 다른 관련 서적보다 책을 읽으면서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 한마디로 저자의 느낌이 온몸에 와 닿는다.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10년 동안 책과 함께하며 느꼈던 경험과 너무나 비슷했다. “책으로 와인을 마시고 와인을 책으로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와인홀릭과 독서광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와인과 책은 쓰임새가 전혀 다르지만, 우리가 알아가는 과정은 너무나 흡사해서 한 번에 두 가지를 알 수 있는 “와인리딩(Wine Reading)”을 생각해냈다.
나는 “와인 전문가”도 와인을 많이 마셔본 “와인홀릭”도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터득한 방법으로 와인을 빗대어 설명한다면 독서에 부담을 가졌던 독자들에게 와인을 마시는 것처럼 책 읽기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책과 와인’은 지루한 삶을 자극하는 문화 촉진제다. 이 책은 와인에 대해 타인의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의 직간접 경험을 서술했지만, 책에 대해서는 직접 경험을 주로 소개했다는 점을 밝힌다.
“무턱대고 빨리 잔을 비우는 우리의 술과 달리 천천히 음미하며 대화를 이끄는 와인을 사랑하게 되고…. 와인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화적 키워드이다. 그냥 취기를 위한 술이 아니기에 갈수록 매료된다. 알고 즐기면 더욱 좋고, 또한 즐기다 보면 더 알게 되는 술이다.
어울리는 음식을 곁들이면 좋고, 음악이 있으면 더욱 좋고, 좋은 사람과 함께하면 더욱 빛이 난다. 와인에 매료되어 지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에피소드가 당신을 와인의 세계에 편안히 모셔다드릴 것이다.” ‘와인 앤 더시티’에서 저자가 와인의 매력을 멋지게 표현한 글이다.
필자는 윗글을 아래와 같이 “와인” 대신 “책”으로 바꿨다. “무턱대고 빨리 읽으려는 우리의 책 읽기보다 달리 천천히 음미하며 대화를 이끄는 책 읽기를 사랑하게 되고…. 책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화적 키워드이다. 그냥 읽는 책이 아니기에 갈수록 매료된다. 알고 즐기면 더욱 좋고, 또한 즐기다 보면 더 알게 되는 책이다"
"어울리는 주제를 곁들이면 좋고, 음악이 있으면 더욱 좋고, 좋은 사람과 함께하면 더욱 빛이 난다. 책에 매료되어 지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에피소드가 당신을 책의 세계에 편안히 모셔다드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