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 브랜드가 힙해질거라고 생각은 못했겠지.
약 2년 전이었나, 파리의 브로큰암을 방문했었을 때였다. 한창 파리하면 역시 패션이지를 되뇌며 아무 생각 없이 편집샵을 미친 듯이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땐 가난한 교환학생이었기에 역시나 쇼핑 같은 건 별로 생각하진 않았고, 뭐라도 눈에 담아보고자 돌아다녔었다. 사실 백화점은 그렇게 가고 싶진 않았고, 공격적인 바잉이나 색다른 걸 보여줄 수 있는 마레 지구의 편집샵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었고, 카페겸 편집샵이 같이 돼있는 브로큰 암을 방문하기로 했다.
여자저차 방문했던 브로큰 암. 편집샵의 스태프들이 신고 있었던 신발이 독특해서 찾아봤었는데 바로 '살로몬(Salomon)'의 신발이었다.
고풍스러운 느낌 위에 얹어놓은 트랙 슈즈들이 조금 많이 특이했는데, 살로몬뿐만 아니라 미즈노? 도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식스를 좋아하는 건 다름없는 듯하고. 요즘은 키코 콜라보를 들여놓기도 한단다. 아무튼 그 당시 시기가 어글리 슈즈가 유행할 때는 아니었고, 2017년 봄쯤이었으니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에스 발매보다 훨씬 전이었던 듯하다. 물론 벌키한 느낌의 슈즈는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테크웨어쪽에 더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파리 힙스터의 상징처럼 보였던 그 신발이 국내에서도 자주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게 요근래(?)인 것 같다.
살로몬의 시작
1947년 프랑수와 살로몬에 의해 만들어진 '살로몬'은 스키엣지를 다루는 사업으로 조그맣게 시작한다. 스키엣지가 뭐냐 하면..
바로 이런 걸 이야기한단다. 스키에 관련된 장비들을 생산하면서 1957년에는 전통적인 가죽 스키 바인딩을 대체할 바인딩을 생산하고 칠레 올림픽에서 그들의 바인딩이 공개되기도 했다. 72년에는 1년에 100만 개의 바인딩을 판매할 정도로 큰 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출처 : 살로몬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무튼 살로몬은 스키 장비들을 판매하면서 업계에서 명성 높은 회사로 자리 잡게 되었고, 급기야는 스키부츠를 판매하기에 이른다. 1990년도에는 그들의 첫 스키를 생산하기도 하며 회사는 승승장구한다. 그러다가 1992년에는 여름 스포츠인 하이킹용 신발을 발매한다.
그러다 첫 번째 신발 XA Raid Race를 선보인다. 이후 회사가 아머 스포츠에 인수되고, 2008년에는 급기야 살로몬 트레일화를 신은 '킬리안 조르넷'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가로지르는 트레일 대회 UTMB Ultra-Trail du Mont-Blanc(UTMB) 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하게 된다. 이후 트레일뿐만 아니라, 러닝용 신발에 있어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대회용 신발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 살로몬은 트레일 러닝, 클라이밍, 익스트림 레이싱, 스키 등의 스포츠 용품을 생산하는 거대한 회사로 40여 개의 나라에서 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살로몬은 어떻게 힙해졌는가
2018 SS Palace
사실 발렌시아가 이전에도 어글리 슈즈의 흐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 게 바로 살로몬 때문이다. 당시 살로몬의 러닝화를 상당히 재밌게 매칭해서 입고 다니던 사람들이 있었다. 2014년에 스피드 크로스를 신고 바잉 했던 브로큰암을 시작으로 스트릿에 심심치 않게 보였던 신발이었고, 2018년에는 아예 여러 브랜드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2018년 유르겐 텔러와 함께했던 룩북에서 메인으로 보이기도 했었고, 솔로이스트의 런웨이에서도 콜라보로 등장했었다.
The soloist X Salomon
더 솔로이스트의 경우 살로몬의 스노우 크로스를 변형한 콜라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존의 용도와는 다르게 아예 상황을 반전시켜버린 것이 위트라고 볼 수 있겠다. 아무튼 이런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고, 이후 도버에서도 해당 러닝화 등을 바잉 하기 시작했다.
도버에서 주로 판매하는 상품들은 S lab Xt 상품들. 상당히 요란한 색깔이지만, 매칭했을 때의 느낌은 배가 된다.
브로큰 암과의 콜라보도 상당히 멋진 배색으로 나왔었다. 해당 스피드 크로스 모델은 나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렸었고 찾아보기 어려운 모델이 되었다.
'현대'에 맞는 신발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기존의 주어진 상황, 즉 TPO에 맞춰서 입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트렌드와 날씨 등은 현대인을 더욱더 깊고도 복잡한 취향에 빠지게 만들었다. 아마 브로큰 암의 파운더가 살로몬에서 찾았던 모습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이들 눈에는 투박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그것만의 미학이 있는 것. 상황을 비틀어본 것이 때로는 큰 파급효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게 바로 살로몬을 통해 증명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Reference:
https://www.salomon.co.kr/shop/main/index.php
https://www.gq.com/story/salomon-speedcross-ultimate-fashion-sne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