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피곤함에 절게 되는 이유

by 김수호

https://youtu.be/Hrr3dp7zRQY

Ryo Fukui- Scenery


딱히 들을 음악이 없다고 생각할 때는 료 후쿠이의 Scenery를 듣는다. 주변 소음은 싫고, 마음을 평평하게 유지하고 싶을 때 자주 찾는다. 생전 알지도 못하는 피아니스트의 음악을 계속 찾아 듣는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지만, 이제는 루틴한 일이 되었다. 들을 음악을 찾는 것조차 힘이 든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만, 알 수 없는 귀찮음이 몰려올 때면, 이렇게 귀에 익힌, 아는 리듬과 멜로디가 좋다.



78788664-5413-4649-9461-6F239CC4C8AC_1_105_c.jpeg?type=w1 표현의 도구들은 중요하다


요즘은 피곤함에 절어있는 것 같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워낙 진이 빠지는 계절인 것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마음졸임이 있어서 그런 듯 하다. 아주 감사하게도, 내 글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 미약하게나마 원고를 지속해서 쓰고 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표현력의 부재와 글 에너지의 부족이 날 괴롭게 한다. 예전보다 긴장하며 일하고 있지만, 좀처럼 깊이감이 더해지진 않는다. 표현을 위한 도구들을 사지만, 쓰는 이의 역량 부족으로 활용도는 떨어지는 듯하다.


CDFA2596-7EF4-432B-B639-C1218B840179.jpeg?type=w1 주관적인 평가가 대세인 크리에이터의 세계에서는 내가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파악이 잘 안된다.


무엇이든 양적 성장이 바탕이 되어야 질적 성장이 있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주관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는 이 판에서는 내가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파악이 잘 안된다. 내게 아무리 좋은 글을 쓴다고 한들, 봐주는 이들이 없거나 읽는 이들에게 감흥이 없다면 그 또한 힘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시대적인 트렌드가 '말줄임'과 '빠름' 그리고 '선명하고도 직관적인 자극'이 된 시대에는 나처럼 느릿한 사람들은 반대로 역행하는 사람들이 되어 뒤쳐지게 된다.


2B028CAE-1810-4FB8-9177-5885D068AB72_1_105_c.jpeg?type=w1 긴 서사를 읽기엔 너무 시간이 부족하다.


오늘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했던 것 중 하나. 재미를 요약한 것이 더 재밌는 시대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영화를 요약하거나, 이야기를 통째로 요약한 유튜브 콘텐츠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해가 간다. 그 긴 서사를 읽기엔 너무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피곤하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따라가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세상에 쏟아지고 있다. 지속해서 반복되는 짧은 영상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조급함을 느끼기도 한다. 엄마가 유튜브 숏츠 영상을 틀어 놓고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빠름을 전파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기도 한다.


0C571B9D-6B23-45D2-80D7-0DB31B49AD66_1_105_c.jpeg?type=w1 어쩔 때는 특정 취향이 모두를 감염 시키는 듯 하나의 취향이 강요되기까지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회사에 출근하면 어떤 프로그램을 봤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연애 프로그램들에 관해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주인공의 테제는 기존 연예인에게서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로 넘어왔다는 것을 느낀다. 프로그램에서 보아야 할 사람들이 늘어났다. 각자의 취향은 전파되는 듯 보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특정 취향이 모두를 감염시키는 듯 하나의 취향이 강요되기까지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금의 시대에는 이런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이 느릿하고 다른 생각에 빠지길 좋아하는 나에게는 피곤함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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