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팀, 전술에서 찾는 나의 포지션
전북현대에서의 시즌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물었다.
“이제 다음은 뭐야?”
하지만 그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그랬다. 우승이라는 가장 화려한 결과 뒤에는, 다음을 정하지 못한 공백의 시간이 찾아왔다. 인턴 기간은 종료되었고, 계약도 끝났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이 선택은 쉬는 선택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현장을 떠났다는 불안함보다는, 다음을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겠다는 다짐에 가까웠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이력서를 다시 열어보고, 내가 걸어온 길을 문장으로 정리하며 ‘나는 어떤 환경에서 가장 치열해질 수 있는 사람인가’를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구단에 이력서를 제출하였다. 전북이라는 구단에서 인턴을 해보다 보니 대부분의 스포츠 구단에서의 서류는 무사히 통과하는 모습들을 보고 다음 선택지가 이른 시간에 정해질 수 있다는 약간의 자신감이 1차 면접까지는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제주, 광주, 안산 김천, 부산, 양궁협회, 인천, 대전, 대구, kbl대전, 이랜드, 기아타이거즈, 광주, 부산, 수원 FC, 프로축구연맹, 에이전시 회사 등 여러 분야 회사에 면접을 보았지만 내가 생각한 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시즌도 시작되기 전이였기에 다음 행성 지를 정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조급함이 생각을 안 하려고 했지만 몰아오던 와중에 강원 FC라는 선택지가 등장했다. 할 낮 같은 희망이었지만 또다시 다른 지역에 가 생활하며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였지만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게 강원 FC 입사를 결정하고 나서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곧 깨달았다. 이 선택은 전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도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북과 비교하면 강원 FC는 모든 것이 달랐다. 규모도 작았고, 인력도 제한적이었으며, 구조적으로 ‘연약한’ 부분이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말은 곧, 손대지 않은 영역이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내가 배정된 팀은 미래기획팀이었다. 처음 팀명을 들었을 때, 솔직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미래기획팀? 그게 정확히 뭘 하는 팀이지?
현장 운영도, 프로팀 지원도 아닌 이 팀은 이름부터 다소 추상적이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며 알게 되었다. 미래기획팀은 지금의 성적을 관리하는 팀이 아니라, 구단이 몇 년 뒤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지를 고민하는 팀이라는 것을. 가장 대표적인 업무는 구단 연감 제작, 그리고 강원축구전용구장 구축 대비 TF팀이었다.
연감 자체도 단순히 한 시즌을 정리하는 책이 아니었다. 작년 강원 FC라는 구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고,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었다. 사진 한 장, 문장 하나에도 이유가 필요했고 ‘왜 이 장면을 남겨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흩어진 작년 자료를 모두 취합해서 체계화시키는 작업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축구전용경기장 구축을 대비한 신규 프로젝트였다. 아직 눈앞에 실체가 보이지 않는 미래를 전제로, 조직 구조와 운영 방향을 미리 그려보는 일이었다. 당장 결과가 나오는 업무는 아니었지만, 언젠가 반드시 필요해질 준비를 지금 해두는 작업이었다.
전북과 비교하면 모든 것이 달랐다. 이미 정리되어 있던 매뉴얼도, 참고할 자료도 부족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길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한 발씩 내디뎌야 했다. 계약직이라는 불문 명한 상황에서 ‘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도 만들어야 했었다. 홍보팀에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기회를 얻어 SNS AR 선수 이모지 스티커를 기획 제작 하기도 하고 시민구단이 조금 더 알릴 수 있는 여러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 기획, 커피 스폰서십 등 나의 업무를 하는 동시에 여러 팀들에게 도움이 되는 성과 업무들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동기들이었다. 우리는 자주 모여 식사도 같이 하고 얘기도 많이 하며 고민했다. 미래 방향을 맞추고, 때로는 서로의 생각에 반박하며 ‘지금 우리가 하는 이 일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를 반복해서 점검했다.
비록 환경은 연약했지만, 그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분명히 존재했다. 전북에서 배운 ‘시스템의 기준’과 강원에서 체감한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현실’은 나에게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시야를 안겨주었다.
업무 보직의 시간이 다가왔다. 현장에 있던 직원의 퇴사로 인해 구단 내부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해졌고, 그 여파로 나는 인원 대체 차원의 이동 대상자가 되었다.
구단이라는 조직 안에서 이런 변화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개인의 의지보다는 조직의 필요가 우선되는 순간들, 그 역시 이 업계의 현실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한 번쯤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경기 준비와 하루의 흐름을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현장 보직에 대한 의사를 전해 보기도 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이 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하나의 선택지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울산에서 유소년 담당 채용 공고가 올라온 것이다. 공고는 단 일주일, 짧은 시간 동안만 열려 있었다. 그러나 그 짧은 문장들은 나에게 긴 고민의 시간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익숙해질 즈음 찾아오는 변화의 순간. 머무를 것인가, 다시 도전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다. 돌아보면, 나의 커리어는 늘 안정과 도전 사이에서 움직여왔다. 전북에서의 우승, 강원에서의 구축 과정. 어느 하나도 쉽지 않았고, 어느 하나도 우연은 아니었다.
미래기획팀이라는 이름처럼, 나는 지금도 나의 미래를 기획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결말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시간들이 헛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