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귀도 살인사건

불귀도 살인사건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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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도 한번 얘기했던 것 같은데, 책은 왠지 비슷한 시기에 동류의 작품을 끌어당기는 뭔가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리뷰했던 대나무가 우는 섬을 본지 2주나 지났을까? 우연치 않게 내 손에 펼쳐진 책이

느낌은 다르지만 고립되어 오래된 전설이 남은 섬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 작품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뭐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장르를 동시기에 같이 접한다는 것은 그 장르에 대한

좀더 다양한 재미와 사색을 느낄 기회가 되는 것이 사실이니깐.

그래서 오늘은 다시 한번 여름을 서늘하게 만들 클로즈드 써클 추리소설 불귀도 살인사건을 리뷰해보도록 하겠다.


전에 리뷰했던 대나무가 우는 섬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시작은 오래된 전설로 프롤로그가 펼쳐진다.

오면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서 불귀도라 불리우며 유배지로 유명한 섬에 한 선비가 유배를 오게 된다.


신세한탄이나 하리라 생각한 선비는 의외로 섬에서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섬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킬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런 선비의 도움으로 궁핍함을 덜어내자 섬 사람들은 선비를 추종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선비의 행동을 조정에서 알게 되자, 역모를 꾸민다는 의심을 받아 파견된 관리는 선비를

처형하려 하고, 섬 사람들 중에 선비를 처형하여 연좌를 피할 자원자를 받는다.

거기 나선 한 주민에 의해 선비는 참수되고 죽으면서 불귀도에 들어온 자는 모두 죽으리란 저주를 내린다.


세월이 흘러 현대, 주인공 유선은 불귀도로 가는 배에 오른다. 배에 오르는 목적은 실종된 지적장애인

동생에게서 온 연락이 인천지역이었고 그래서 모든 섬을 뒤져서 동생을 찾고 있었다.

유선은 같이 배에 탄 청년 경찰 동주와 생활프로 PD인 정우, 리포터인 현정과 안면을 트게 되고 같이 섬에 온다.


하지만 섬은 이장인 박씨 일가가 주인으로 군림하는 고립된 공간이었고, 거기서 동생의 행방을 찾던

유선은 섬 주민들의 이상한 태도와 마을에 전해져 오는 전설에 괴이한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갑자기 벌어진 선대 이장의 사망, 아무리 봐도 자살이 아닌 살해로 보이는 상태로 발견된다.


섬은 공포에 휩쌓이기 시작하고 주민들은 과거의 전설을 언급하며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귀신인 산발귀가 나타났다고 떠들기 시작한다. 외지인인 유선과 정우, 동주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러다 같이 온 현정이 사라지고, 바닷가에서는 여자의 시신도 발견된다.


그리고 차례로 마을 사람들이 죽어가고 그때마다 산발귀로 의심되는 괴이한 존재가 목격된다.

과연 이 섬이 가지고 있는 비밀은 무엇이고 산발귀의 정체는 무엇일까?

동생을 찾으러 온 유선과 경찰의 사명을 다하려는 동주, 사실은 사회고발 취재를 하러 온 정우는

과연 여기서 진상을 밝혀내고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극의 막이 오른다.


뭐...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확실히 서스펜스의 요소를 제대로 잡은 수작이다.

여기서 지난번에 읽은 대나무가 우는 숲과 다소의 비교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비슷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의외로 확연히 다른 전개를 보이는 차이에 놀라게 된다.


대나무가 우는 섬이 그래도 짜여진 형식의 마치 연극과 같은 순서와 대사가 치밀하게 연계되어

한편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 연극을 직관한 느낌이라면,

이 작픔은 질척하면서도 예측하기 힘든, 마치 수렁 속에 엉켜 있는 실마리를 찾아 헤매는 기분이 드는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건 주인공의 차이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데, K-팝을 좋아하는 과학도 여대생이 주인공인 대나무가

우는 섬의 느낌이 그래도 톡톡 튀는 느낌을 잃지 않는다면,

이 작품에서는 탐정역이라기에는 좀 애매한, 과거 사고로 연인을 잃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그 과정에서 동생도 자기 과실로 잃어 죄책감에 시달리는 전직 수영선수가 몸으로 구른다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작품은 연이어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 속에서 기발한 추리나 잘 짜여진 복선보다는

좀더 그 사건의 기이함과 괴기스러운 암시에 마음을 졸이고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사망자들에 있어서도, 목적성을 가지고 과거의 사건과 교차하며 정확히 요구되는 피만 보는

대나무 섬에 비해서 불귀도의 죽음은 마치 그 섬이 가진 원죄를 심판 받듯이 처참하고 잔혹하게

연이어 피를 부르는 참극으로 이어진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둘다 서로 다른 지향점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여주는 작품이니깐.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추리소설이 가지는

사건을 파헤치는 두뇌 게임의 요소 이전에 그 사건이 가지는 의미와 동기 그리고 서사에 대한

지독한 처절함에 대해서는 단연 압권이라는 점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 하나도 가볍지 않다. 시시한 빌런마저도 자신만의 비루하지만

무시하기 힘든 역겨운 서사를 통해 동기를 가지고 행동한다. 그리고 물론 주연 3인방도 그렇고.

이런 서로의 이야기와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각자의 동기와 신념을 가지고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처잘한 불협화음은 그 자체로 거대한 섬의 서사를 완성하는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흩뿌려진다.


그리고 독자는 거기에 상처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잔혹함과 공포감에 멍들고 혀를 찬 다음에

그 서스펜스를 멀리 떨어진 제 3자로서 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행운일까?

그런 의미로 여름이란 계절에 좀더 어울리는 작품은 이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조금 아쉬운 의미로 트릭과 알리바이가 상당히 치밀한 작품은 아니다. 그리고 매니아들이라면

작품 중반이 시작되면서 거의 범인과 공범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

거기에 독자의 눈을 가리기 위해 배치된 페이크 용의자들도 아마 거진 걸러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작품이 단순히 그런 냉철한 이성적인

추리 게임을 요구하는 것만이 아닌, 사람이 가진 그 가슴 속에 지울 수 없는 처절한 상처와 고통의 이야기를

여과없이 토해내며 섬을 질주하는 주인공에게 몰입한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왠지 영상화를 하면 상당히 액션성이 강한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거기다 주연들의 이미지도 왠지 자연스럽게 기성 배우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참 서슬퍼런 서스펜스를 즐겁게 감상했다는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낀 작품이었다.

이제 쬐끔 시원해진 8월, 아직 서늘함이 모자란 비블로매니아가 있다면 한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아마도 틀림없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는 것을 보증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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