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기린
오늘 소개할 작품은 제 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수상작인 창밖의 기린이다.
딱 보기만 해도 무슨 내용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아름다운 동화의 세계에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근데... 위에 소개와 표지의 그림과는 달리 일단 시작이 범상치 않다.
조금 먼 미래, 인류는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에모스라는 인공지능이 통제하는
리버뷰라는 세계로 이주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가 된다.
리버뷰는 일종의 가상세계인데, 그곳으로 자신의 의식을 업로드하면 지상에서와 같이
육신의 제약에 걸리지 않고 자유롭고 장애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각종 SF에 등장하는 사악한 인공지능과 달리 에모스는 철저하게 공리적이면서도 기계적인 존재여서
그 관리에 차질이 없었고, 덕분에 인류의 80% 이상이 리버뷰로 이주한 상황이다.
그런데, 모든 가족이 그곳으로 이주한 상황에서 우리의 주인공 재이는 왠지 모르게 이주가 실패한다.
몇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은 모두 이주를 완료하였는데, 재이만은 계속 업로드 실패가 되는 것이다.
가족들은 걱정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에모스는 전 인류의 90%가 리버뷰로 이주를 완료하면
더 이상 지상에 남은 10%의 인류에 대해서는 관리와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되기 전에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오기를 바라지만, 매번 업로드는 실패한다.
그러면서 재이는 어렸을 때 남달랐던 자신의 과거가 연관이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직 어린 시절, 재이는 이상하게 동물들이나 식물들과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곤 했다.
그래서 부모님은 걱정하였는데, 어느날 재이의 생일에 아무도 오지 않을 일을 계기로 재이는
평소에 하던 동물과 식물과의 대화를 그만두게 된다.
그래서 그것과 상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 그때 생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그건 바로 재이의 집 마당에 난데없이 기린이 나타난 것이다.
어이없어 하는 것도 잠시, 일단 에모스의 관리 하에 자유롭게 살아가던 동물들이 자주
돌아다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기에 재이는 기린에게 물을 떠다 주는 등의 도움을 준다.
그런데 생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그건 바로 재이에게 기린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른 동물들의 말도 들리기 시작하고.
그것에 의아함을 느낀 재이는 에모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데,
에모스는 생각치도 못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건 바로 재이에게 동물과 대화가 가능한
브라운이라는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리버뷰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기도 했고. 리버뷰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동물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 브라운이라는 기관이 거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간단한 수술로 그걸 제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재이는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데,
마침 생각치도 못한 일들이 발목을 잡는다.
그것은 친하게 지내던 친구, 소라가 가족들을 외면하고 지상에 남았다는 소식과,
기린이 전해준 누군가 동물들을 잡아다 실험을 하는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소라를 만나고 그 실험을 하려는 수상한 존재를 찾기 위해 수술을 보류한 재이는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친구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두가지 목표는 서로 무관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소라와 실종된 동물에는 무슨 상관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재이는 그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리버뷰 업로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더없이 아이들과 동물들의 시선을 담은 추리 동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흐음... 일단 책을 다 읽고 나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얼핏 생각한 이 이야기의 전개는, 뭔가 동물이 멸종된 시대에 가상으로 구현한 동물들에
만족하지 못한 소녀가... 실제 동물을 만나면서 겪는 좌충우돌 모험이란 생각을 했다.
근데... 그런 진부함은 한방에 날려버리는 생각치도 못한 신선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다.
선량한 AI 지도자에 의해 구현된 유토피아.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에 대한 딜레마,
인간이 동물과 공존하는 것에 대해 환경이나 경제 문제를 배제한 순수한 감성적인 이슈...
그런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대단히 신선하고 색다른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괜히 이 작품이 판타지문학상 수상작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실 생각해보면 마냥 행복한 세상이라고 보기에도 좀 그렇다.
이게 말이 좋아서 유토피아지, 어찌 보면 저거 육신은 없는 상태에서 전기 신호에 불과한
기억만이 데이터로 존재하는 세계에 살아가는 거 아닌가? 럭키 매트릭스?
그리고 놀랍게도 남겨지거나 가기를 거부한 소수의 10%의 사람들, 그 안에서도 상상도 못한
주제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와... 인간의 욕망이란 대체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그 특유의 꺽이지 않는 에고도.
그래서 이 작품은 동화의 문체와 서사를 따라가고는 있었지만,
의외로 어른들의 입장에서 더 섬찟하고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이야기였더라.
음... 근데 약간 여담인지 모르겠지만, 필자 개인 입장에서는 사실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조금 알레르기가 있어서 뭘 키울 입장이 아니라서.
그래서 고양이 좋아하면서도 뭘 키울 엄두는 내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의 심리와 반응, 그리고 행동 철학에 대해 어느 한쪽이
반드시 옳다거나 틀리다는 등의 결론을 쉽사리 내기는 힘들었다.
다만, 이 이야기가 마냥 인간의 유토피아는 아님을 전제하고, 그 속에서 재이라는 아이가
홀로 남겨져 걸어가는 길을 찾는 과정에 있어서 그것이 옳바른 서사이고
한 아이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싶은 정도일까?
그래서 이 작품은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마냥 행복하지 않은 세상을 홀로 걸어가는 소녀의 이야기인 동시에,
내가 쉽게 공감하지 못할 세상에 대해 문제를 던지는 주제 의식을 담은 이야기이기도 했으니깐.
뭐... 그 와중에 누구나가 다 상상도 못해볼, 우리 집 마당에 기린이 들어왔다는
동화 역사에 길이 남을 킥을 선사한 것도 역시 주목해볼 점 같았고.
그래서... 동물에 대한 관심과 세상의 그늘진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부모라면
한번쯤 아이들과 같이 읽어볼만한 이야기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는 것은 변치 않는 결론이지 싶었다.
그렇게 리뷰를 쓰면서 상상해 본다. 전 인류의 90%가 어딘가 떠난 텅빈 지구,
그리고 그곳에서 동물들과 대화하며 살아갈 재이의 모습을...
조금 외로울지 몰라도 그 삶의 여정이 결코 의미심장한 이름인 리버뷰에 선택되지 못한
그런 삶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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