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방

일곱 번째 방

by 차수현
IMG_2622.jpeg


오늘 소개할 작품은 좀 특이하게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인 오츠 이치의 작품, 일곱 번째 방이다.

근데... 이 작품을 소개하게 된 계기가 좀 웃프다.


사실 이 작품은 이번에 첨 보는 작품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에 작가 활동을 하기도 전인 학생 시절에

한참 오츠 이치에게 매료되었던 시절에 보았던 작품이었다.


아마도 이 블로그를 종종 들려주신 분이라면 그분의 작품 중에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calling you에 대해서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다.


근데 전에 봤던 작품을 왜 갑자기 리뷰하게 되었냐? 그 사연이 좀 웃긴다.

이 작품은 사실 2020년 개정판이다. 그 전에 2007년도에 이미 이 작품은 발간이 되었는데...

문제는 그때와 지금의 제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인데, 그 당시에는 이 단편집의 제목이 작중 단편 중에

하나였던 'ZOO'였고, 이번 개정판에는 마찬가지로 작중 단편 중에 하나였던 '일곱 번째 방'인 것이다.


근데... 난 무심결에 도서관을 뒤져보다가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오츠 이치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제대로 살펴볼 겨를도 없이 일단 들고 달렸던 것이고.


하하하... 그래서 펼쳐보니, 어?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그리고 떠올랐다. 그 시절의 기억이.

그리고 연달아 닥쳐오는 현자 타임이... 아이고, 이게 뭔 웃픈 에피소드람.


뭐 그래도 겸사겸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젊은 시절에 읽고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이 작품을 다시 글을 쓰는 입장이 되서

여기서 리뷰할 기회가 생겼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한번 인간의 극단적일 정도의 찬란함과 끔찍함, 그 양면을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게

다루는 작가님의 세계에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이 작품은 일단 단편들이다. 그래서 스토리 리뷰를 하기는 좀 뭐한데... 그냥 대표적으로

타이틀 작품인 일곱 번째 방만 좀 적어보자면...


한 남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방에 감금되어 있다. 내보내달라고 소리쳤지만

감금한 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매는 그 공간에 갇힌 것이 자신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들이 갇힌 방이 일곱번째 방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방들은 방 끝에 연결된 하수도같은 것으로 이어져 있는데,

체구가 작은 동생은 그곳을 통해 다른 방으로 갈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간 곳에는 역시나 자기들처럼 감금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일주일 후에 순서대로 감금한 살인마의 손에 끔찍하게 살해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어도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남매.

과연 두 남매는 이 저항할 수 없는 끔찍한 공포 속에서 어떤 방법을 찾아낼 것인가?


뭐... 이런 작품이다.

그래서 간단한 시놉만 보면, 다들 이건 애들 보여줄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조금은 망설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저 책을 교양과 문학으로서가 아닌, 인간이 추구해야 할 극한의 한계와 도전,

그리고 그 부조리함에 맞서는 숭고함에 대해 이해하려면 이만한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잔혹한 살인마의 삼류 공포영화 스토리같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것은 터져나오는 피와 내장과 끔찍한 흉기가 아니라,

상황에 직면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해법을 찾는 지성,

아옹다옹하면서도 시련 앞에서 연민과 연대를 가지고 마침내 인간으로서 극한의 선택을 하는 초월,

그 절망 속에서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가는 희망... 그것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오츠 이치는 그래서 참 이래저래 기묘한 작가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지독하게 기이하고 뒤틀어져있고 섬찟함이 가득하다.

근데 그 근간에 놀라울 정도로 근원적인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다.


공포든, 미스터리든, 블랙코미디든, 로맨틱이든... 그 어떤 이야기에도 평면적이지 않은,

너무나도 입체적이고 그러면서도 히어로가 아닌 우리 곁에 숨쉬고 있는 사람들이 펼쳐내는

더없이 인간적인 이야기. 그렇기에 인간 승리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아... 대체 이 사람은 얼마나 인간이라는 존재를 사랑하는 걸까?

이건 학생 시절에 내가 떠올린 순수한 이 작품들에 대한 소견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권하고 싶은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시대는 인간에 대한 실망이 가득한 시대니깐.


단순히 혐오와 비방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돌아보면 지금은 모두에게서 지독할 정도의 증오와 악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혐오가 기본적인

정서로 깔려있는 시대라는 생각을 자제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런 정서의 근원에는 되려 심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소한...

나에게 기분이 나쁘다던가, 내 맘에 안든다던가, 난 원래 이런 스타일이라던가...

그런 더없이 하찮은 이유들을 배설하는 하찮은 이들의 세상같다.


진짜 소름이 돋는 이 작품 속에 상황은 읽어볼 용기도 지성도 없는 하찮은 이들이 노래하는

시답잖은 증오의 멜로디가 유행가처럼 흘러나오는 시대이기에...

나는 이 작품 속에서 말하고 있는 진정한 인간의 의미, 그리고 삶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내 아이들은 그런 싸구려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를...

그리고...


일곱 번째 방의 누나처럼 누군가를 위한 이가 되기를...

So-far의 아이처럼 세상을 나누지 말기를...

ZOO의 나처럼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기를...

양지의 시의 그녀처럼 그를 기억하기를...

그리고 나머지 작품의 등장인물들처럼 그 어떤 방향이라도 올곧이 나아가기를...

마지막으로 작가님처럼 인간을 사랑하기를,,,


그런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축복과 함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뭔가 엉망진창인 오늘의 리뷰를 이렇게 얼렁뚱땅 마친다.




#일곱번째밤 #오츠이치 #고요한숨 #청소년소설 #ZOO #밀실 #인간승리 #인간찬가 #미스터리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미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