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에게

나의 미래에게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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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작품은 가장 최신 창비 영어덜트 공모전 수상작인 '나의 미래에게'다

이것으로 역대 영어덜트 작품 시리즈는 모두 독파하는 것에 성공했다.


항상 우리 창작이 이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올랐나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

공모전 시리즈의 최신작을 오늘 한번 감상해보도록 하자.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 미아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세상의 모두가 경고한 멸망은 당연하다는 듯이 도래했다.

그리고 미아는 오랫동안 세상을 파멸시킨 전염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다.


깨어난 세상에서 미아를 지키고 있던 것은 언니 미래.

부모님은 어른들만 죽는 피터팬 바이러스에 의해 이미 재가 되어 사그라든지 오래였다.


항상 자기보다 잘나고 이쁘고 도도하기만 해서 같은 우리에 갇힌 햄스터처럼

서로를 물어뜯던 것이 일상이던 더없이 평범한 자매는 멸망한 세상에 내던져져서 생존이란 숙제를 떠안는다.


어른들이 전멸한 세상은 생각 이상으로 지옥이다.

질서가 있던 시기에도 통제되지 않았던 아이들은 그 이후에는 더 광기에 빠져

자매들을 위협하고 고민 끝에 자매는 할머니가 살던 오래된 기술이 잔존한 마을로 여정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 여정은 만만치 않다. 당장 도시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위기를 여러번 겪는다.

그리고 도착한 어느 도시에서 자매는 사소한 다툼 끝에 헤어지고,

미아는 방황하다가 생존한 아이들이 모여 사는 벙커의 공동체에 일원이 되어 살아가게 된다.


얼핏 남은 생존자들이 만드는 인류 최후의 희망처럼 보였던 그곳은 기존 세상과 다르지 않은

정치와 모략이 난무하는 곳이었고, 거기서 적잖은 실망을 한 미아는 결국

연이어 발생된 싱크홀로 벙커가 무너지자 그곳을 탈출하고 그 와중에 재회한 언니와 다시 여정을 떠난다.


죽을 것 같은 더위 속에 고속도로를 따라 걷던 자매는 재외동포 출신인 알리나와

소꿉친구 영조와 만나고 일행은 4명이 되어 같이 여정에 오른다.


하지만 그 여정도 만만치는 않았고, 일행은 의문의 식물과 사이비 종교 신도에 점령된

도시에서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 뿔뿔히 흩어진다.


그 과정에서 미아는 합류한 멤버들에게 서로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여정의 인도자였던 언니가 신도들에게 납치당한다.

그래서 미아는 언니를 구하러 그들의 본거지로 향하는데, 거기서 생각치도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멸망한 세상에서 두 자매는 더없이 누추한 생존을 이어갈 수 있을까?

미아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대는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왜 제목은 나의 미래에게 일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아포칼립스 세상의 이야기가 숨쉴 틈도 없이 펼쳐진다.


일단 첫감상은 와우! 시리즈를 모두 다 읽었다. 열심히 독서한 나 자신을 칭찬해!

그리고 두번째는... 와! 이 작품 확실히 튄다! 였더랬다...


내가 창비의 영어덜트 시리즈를 애독하게 된 경위는 작품의 결이 차별되기 때문이었다.

순문이 추구하는 모호한 자기 갉아먹기도 없고,

웹소가 추구하는 정신나간 수준의 도파민 중독도 없었다.


딱 그 중심에서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챙기면서, 동시에 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하고 흥미로운 세상에 던져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런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느낌이었다.

기존의 작품들이 뭐랄까나...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감당할 위기와 극복을

추구하는 세트 위의 연출이라면, 이건 정말 날 것 그대로의 리얼리티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등장인물들이 다른 작품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과격하고 저래도 되나 싶은 생존이라는 극한 상황에 던져져서 보여주는 모든 행동을 다 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상당히 서늘하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으로 저격하고 있는 것이,

세상이 망해도 여전히 막나가는 놈들은 막나가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점도 그런 생각에 한몫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솔직한 심정으로 이 작품은 전반부 한정으로는 기존에 선정되었던

다른 영어덜트 작품보다도 한 단계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바로 전년도에 수상작이고 비슷하게 어른들이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

아이들만 남겨진 세상을 그린 루시드 드림과 비교해 봐도 그런 생각을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뭔가 서정적인 풍경 속에 메말라가는 아이들이 루시드 드림의 인물들이었다면,

여기서는 흙비가 내미를 진흙탕 속을 오롯이 혈육 하나의 손만 의지하면서도 결코 그 집착...

아니 악착을 포기하지 못하는 깡다구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여실히 들었으니깐.


그런데... 살짝 후반부에 들어서서 아쉬움이 들었다. 아니 대체 왜 그런 내용을?

지금까지 차가운 현실의 리스크로도 잘 꾸려왔던 이야기 속에

왜 어색한 와사비맛 나는 초자연적인 요소를 집어 넣었던 걸까나... 그게 아쉬웠다.


결말 부분 때문에 조금은 이해는 한다. 뭐... 그러려면 그런 놈들이 나와야 하긴 하겠지.

그리고 언니와의 귀결을 위해서 그런 현실 초월의 뭔가가 있을 필요도 있었고.


그래도... 영 맛이 튄다. 최고급 케이크에 풍미가 가득한 와사비를 쫘악 뿌린 느낌이랄까?

아니면 골딩의 파리 대왕에서 갑자기 쥬라기 히어로즈가 되서 초능력 배틀을 벌이는 느낌?


뭐... 굳이 묘사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에휴...

왜 그러셨을까나? 정말로 전반부만 보면 이 작품 역대 영어덜트 시리즈에서도 최고라고

뽑고 싶을 정도의 수작이었는데...


뭐, 일단은 내 주관적인 의견이니 그냥 푸념으로 들어두시고,

그렇다고는 해도 작품이 결코 허황되거나 쌩뚱맞은 이야기는 아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더 없이 깊은 인간과 삶의 젊은 시선으로 본 철학이 있고,

작중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더없이 누추한 생존이라는 굴레를...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여

그 값어치를 되돌리는지에 대한 희망과 도전도 담겨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더없이 평범했던 한 소녀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겪어내고

감당해야 했던 고난과 시련 속에 얻은 결론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의미는 충분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어느 우행의 군주가 언제 그 스위치를 누룰지 알게 뭐냐?


그런 세상에서 잘도 제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작품에서 그리는 서늘하고도 갑갑한 미래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현실을

방관한 방조의 대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서럽도록 애절한 자매애가 최우선적인 테마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이야기에서 슬픔과 아련함보다는 내일의 우리의 시간이 과연 무사할지에 대한

무가치하게 치부되는 고민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부디... 세상에 널린 편리하기 그지없는 수단에서 더없이 무례해지고,

더없이 추레해지면서도 오히려 그것을 자신의 표출이자 자유라고 생각하는 무례한들이

야만을 자유롭게 행하는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P.S 1 와... 스포일러라 미안하지만 이 작품이 영어덜트 시리즈 최고라고 하기는 애매할지 몰라도,

영조가 시리즈 최고의 빌런이라는 점은 절대 찬성하고 싶다.

살다살다 이런 섬뜩한 빌런을 만날줄은 정말로 몰랐다. 근데 미아보다 예쁜 남자애라고? 님 뭐임?


P.S 2 읽으면서 속편을 원하거나 영상화를 바라게 되는 작품이 많은데... 이건 무리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미래 때문에. 어우... 미래가 없는 속편이 가능할리가 있나?

그리고 미래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할 그 나이 대의 배우가 있으려나? 이래저래 영상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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