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내 인생
평소에 책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던 딸내미가 갑자기 예전에 봤던 책을 보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 그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나?
그래서 오래된 기억을 뒤져 그 책을 찾아 다시 빌려주었고, 오랜만에 나도 다시 보게 되었다.
근데 그때는 제대로 된 집필을 하던 시절이 아니어서 크네 눈여겨 보지 않고,
그저 아이들에게 좋은 책이려니 하는 느낌으로 빌려주었는데...
오우, 지금 그 책을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수상한 내 인생이다.
더없이 천진난만한 소년 장의 달콤씁쓸한 어린 시절을 다룬 이야기를 한번 리뷰해보도록 하자.
배경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년 장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된다.
내향적인 장은 새로운 학교가 어색하고 자기 소개가 두렵다.
그리고 누군가와 손잡고 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다행스럽게도 자기처럼 짝이 없는 친구 알랭 덕분에 한숨돌리지만, 담임 선생님은 어렵고,
부모님 소개를 하는 시간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건 여행을 떠나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고 있는 엄마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마치고, 데리러 온 보모 누나 이베트와 같이 집으로 온다.
이베트 누나는 좋다. 항상 장과 장의 동생에게 친절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만들어주니깐.
하지만 엄마 대신은 아니었기에 장은 엄마가 그립다.
장의 옆집에는 장보다 두달 많은 미셸이 산다. 미셸의 아빠는 항상 미셸을 때린다.
장의 아빠는 그런 미셸의 집을 안좋게 생각하고 그래서 미셸과도 어울리지 말라고 하지만,
장은 그래도 종종 미셸과 담 사이의 틈으로 만나 놀곤 한다.
장은 미셸에게 여행에서 돌아오지 않는 엄마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미셸은 장을 딱하게 보더니,
어느날 장에게 장의 엄마가 보낸 편지가 왔다며 그것을 읽어준다.
엄마는 세계 각지에서 즐겁게 생활하며 장을 항상 걱정하고 있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장은 조금이나마 안심하게 된다.
하지만 장의 외할머니나 주변의 노인들은 왠지 모르게 장을 보면 슬퍼하고 불쌍해 한다.
장은 그 이유를 모르지만 별로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가 되고, 장은 동생과 같이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며
몰래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한다.
과연 장과 장의 동생의 깜찍한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여행을 간 엄마는 언제쯤 돌아올까?
더없이 해맑은 장의 이야기와 상반되는 가슴 시린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고... 어제 저녁에 명랑 소녀 추리극을 보고선 유쾌했던 기분을 한번에
가라앉히는 시린 기분을 느끼며 참 혼란스러운 기분이다.
온탕에서 나른해진 상태에서 그대로 냉탕에 내던져진 그런 기분이랄까?
오늘 소개할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장 르뇨의 작품으로 뭔가 요즘 아이들보다는
우리 부모 세대가 어렸을 때 많이 접한 서양권의 만화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 작품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용에 있어서도... 시종일관 담담함과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순수함이
가득 채워져 있으면서도 어른으로 하여금 그 진실을 간파하고 눈물 짓게 만드는 포인트가 강렬하고.
어찌보면 단순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여느 동화나 청소년 소설에서 이 작품이 다루는
소재는 흔하게 등장하는 서사의 발화점이자 결핍의 원인으로 지겨울 정도로 자주 나오니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보면서 탄식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 딸도 강렬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그 장면... 미셸이 장을 위해 돌아오지 않는 엄마의 편지를
읽어주고 그것을 덤덤히 듣는 장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동정? 박애? 연민? 그것을 어떤 감정으로 결론지어야 할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없이 순수한 아이의 세계에 금을 가게 하고 싶지 않은 소녀의 호의가 펼쳐지고,
동시에 그것은 아이의 성장과 함꼐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진실의 문에 다다른 아이가 더 이상 아이일 수 없고, 청소년이나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그 순수를 위한 노력은 언젠가 차디찬 현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참 엿같지만 그게 그냥 그렇더라. 그래서 이 작품도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이 이야기에서 장은 그 시린 이야기에 과도하게 연극적인 패닉을 보이거나
지독하게 침잠된 우울함에 가라앉지는 않는다. 담담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새로 오신 선생님을 본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고, 더없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알아야 하는 비극은 대체 어디에서 그 상처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우리는 어른의 시선에서 아이의 동심을 바라보지만,
정작 그 아이 본인에게 공감하여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수상하고도 의문스러운 인생에 답을 찾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보면서 쉽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다른 결론을 찾지는 못하고
오랫동안 그 여운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뭐... 이래저래 작품에 대한 크리에이터로서의 분석보다는 감상적인 소회가 많은 오늘의 리뷰지만
이게 그럴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말로 설명이 안된다. 딱 그 기분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오직 이 작품을 읽음으로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깐.
에고... 그래서 간만에 좀 정서적인 파도에 제대로 휩쓸린 여운을 느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중이다.
읽는 나도 이런데 장의 심정은 대체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좀 어이없는 말이지만, 난 이 작품을 누군가에 쉽게 권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런 감정의 홍수 속에 누군가를 무책임하게 내모는 것은 쉽게 선택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정말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지만, 동시에 권하기는 망설여지는 오늘의 작품을
차마 다들 읽으라고는 말하지 못하면서 오늘의 리뷰를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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