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드는 소녀
오늘 소개할 작품 기적을 만드는 소녀는 비룡소 마시멜로 픽션 4회 수상작이다.
딱 표지만 봐도 당장 유쾌하고 밝은 내용이 연상되는 이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 리뷰해보도록 하겠다.
주인공 로나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그와 관련된 라방 채널을 운영하는 밝고 활기찬 소녀.
하지만 그런 마냥 밝게만 보이는 그녀에게도 어렸을 때 죽을뻔한 경험과 더불어 엄마가 실종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미지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동네의 7구역을 탐험하러 가는데...
그곳에서 어렸을 때부터 악우였던 소꿉친구 휘를 만나고 아옹다옹하는 와중에 절친 지민이를 본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지민이의 말에 움직이다가 구덩이에 빠지는 사고를 겪고,
깨어난 이후에 자신의 몸에 미지의 우주인 라솔라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게 된다.
라솔라는 먼 행성에서 온 요정 같은 느낌의 외계인 공주. 그녀는 자신의 행성을 멸망시킨 외계인
마스커의 존재를 로나에게 경고한다. 마스커는 압도적인 과학 문명이나 군사력이 아니라 행성을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정복하는 특이한 정복자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로나는 학교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알게 되고
거기에 마스커와 연관이 있는 어플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친구와 가족들에게 보이는 의문스러운 행동 속에서 로나는 과연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음, 일단 보면서 처음 느꼈고, 가장 강렬하게 느낀 인상은 아주 발랄하다는 것이다.
제목이 유사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예전에 호소다 마모루 감독 버전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오마쥬 한듯한
표지와 내용이 말 그대로 시원시원하고 발랄한 느낌을 보이는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용과 구성도 그렇다. 요즘 트랜드를 그대로 반영하듯 작품을 전개하는 핵심 원동력인
라방 채널과 어플 앱을 사용하여 신속하게 내용이 휙휙 흘러가는 느낌이 정말로 요즘 아이들이 딱 선호할
시원시원하고 유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볍고 붕붕 날아다니기만 하는 내용인 것 만도 아니다.
작품이 추구하고 있는 위기의 트리거인 개개인이 가진 죄책감으로 비롯된 자학 심리, 그리고 주변에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든 변모하는 것에 대해 초등학생 아이들이 겪는 당혹함도 의외로 잘 녹여내고 있다.
그래서, 기묘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마치, 소다맛 칵테일을 시원하게 들이키다가도
중간중간에 톡톡 쏘는 레몬 향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 좀 웃기는 묘사일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읽다가
막연하게 그런 생각이 확 들어서 스스로도 헛웃음이 나왔다.
이래저래 정말로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2020년 작품이고 아마도 당선 시점이
2019년이라 5년 정도 된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랄까... 2030년도에 읽어도 여전히 신선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작중에서 묘사되는 미스터리한 외계인의 존재와 그걸 파헤치는 로나의 모험에서는 또
묘하게 과거 유행했던 X 파일의 향수도 느껴지고, 그러다가도 학교에서 벌어지는 집단 죄책감에 대한
대응의 부분은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신선함이 느껴지고...
정말로 겨울에 느껴보는 복합적인 트로피칼 음료의 맛에 새콤한 즐거움을 정서적으로 느낀 기분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시국이 우울해지고 한없이 무거워지는 시기라면,
차라리 이런 발랄하기 그지 없는 소녀의 좌충우돌 모험을 그린 영웅담을 읽으며 우리가 바라는
백마 탄 영웅을 고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친다.
P.S 1 제목이랑 표지보고선 너무 맘대로 내용을 망상한 작품 끝판왕 같다.
난 내용이 타임 슬립을 기반으로 해서 과거의 사고를 수습하고 다니는 소녀의 이야기를 상상했다.
역시... 시달소의 오마쥬가 머리 속에 너무 선입견인듯...
P.S 2 이번 작품도 왠지 속편의 여지를 많이 남겨 놓은 결말이었는데... 왜 소식이 안들리나?
뭔가 우주를 배경으로 태양검을 휘두르는 소녀 무쌍의 전설을 기대해 보았는데...
마시멜로 픽션 당선작들이 다들 속편들이 계속 나오는 분위기이니 이것도 한번 기다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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