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말부터 5월까지 뉴욕대 아부다비의 Study Away Program의 일환으로 영국 런던에서 학기를 보냈다. 센트럴 런던에서 학교의 지원이 없었다면 절대 누리지 못했을 감사한 경험들을 하고, 상대적으로 널널한 스케줄을 이용하여 런던의 곳곳을 누비면서 너무나도 행복한 학기를 보냈다.
런던에서 살면서 소소하면서도 색달랐던,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일상 루틴은 '오후에 느긋하게 책방 구경하기'였다. 런던은 책 애호가의 도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도시 구석구석, 책방 주인의 취향이 듬뿍 반영된 독립서점부터 방대한 분야에 관한 서적을 자랑하는 5층짜리 대형 서점까지 다양한 종류의 서점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렇게 각기 다른 규모의 서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했던, 제일 기억에 남는 특징이 있다면 바로 책 진열대에 손글씨로 감상평을 써서 붙여놓는 것이다. 책방 주인이나 점원이 직접 읽고 사적 취향이 드러나는, 재치 있는 의견을 짧지만 확실하게 종이에 적어 책 밑에 붙여놓는다. 이런 코멘트들을 일일이 읽어보는 것도 참 쏠쏠한 재미였다.
제목부터 이미 심상치 않은 책. 메모지를 작성한 점원도 자기는 뭔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Katy라는 점원이 엄청난 책이라고 추천했다고 한다.
책 디스플레이도 단순히 랭킹 베스트셀러만 대표로 진열하는 게 아니라, 여러 주제를 소개하고 각 서점의 색깔이 드러나게 신경을 쓴다. It's really tailored to the taste. 여느 서점을 들러도 제일 자주 보였던 테마는 페미니즘과 브렉시트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구경하려고 들어갔다가 이런 감상평에 혹해서 몰랐던 작가들에 대해 알게 되고, 계획에 없던 책을 사가기도 했다.
또 영국이 어떤 곳인가. Penguin Classic 출판사 (내 최애 출판사)의 본고장으로써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각양각색의, 너무나 아름답고 소유욕을 자극하는 표지 책들이 즐비하다. 솔직히 책 내용보다도 표지가 너무 예뻐서 사고 싶던 충동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진짜 너무 예뻐...
런던을 떠날 날이 다가오니까 학기 중반에 책방 구경하기에 시들해져서 생각만큼 자주 들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가기 전에 많이 구경하고 책도 사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아부다비에 다시 돌아온 지금은 미처 못 가본 곳이 아쉽고 런던 책방이 너무 그립다 :( 그래서 그리움을 되새기면서 다시 열어보는 최애 책방 사진 모음.
해크니의 Artwords Bookshop. 이스트 런던의 'artsy' 함을 반영하는, 예술 서적 중심의 서점이다.
스피타필즈에 위치한 Libreria Bookshop. 이곳은 온전히 책을 읽는 공간으로 쓰일 수 있도록 전자기기 사용을 지양한다.
Waterstones와 더불어 우리 동네에 있어서 제일 자주 갔던 London Review Book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