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2027년, 반월공단 50주년.
"누님, 저기 공장 옥상에 맥주병처럼 생긴 거 보이죠? 저게 뭘까요?"
그가 가리키는 곳은 여러 공장 옥상이었고, 봄을 기다리는 청아한 하늘빛과 꽤 잘 어울리는, 하얀 연기가 맥주병처럼 생긴 굴뚝에서 뭉게뭉게 오르고 있었다.
"음... 굴뚝인가?"
배시시 웃으면서 그가 가리키는 '맥주병같이 생긴 저것'이 더 잘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스크러버(scrubber),라고 해요 공기정화기 역할을 하죠.”
멀뚱멀뚱하던 내 눈이 번쩍 켜졌다.
“굴뚝이 아니고 공기정화기라고요?”
“정확히는 습식세정기예요. 저기서 하얀 연기 나오는 거 보이시죠? 저게 하얀색이 아니고 회색이나 푸른색 계열이면 덜 정화됐다는 뜻이에요. 저렇게 하얀 연기는 대기 오염 피해를 최소화, 아니 다 없앴다는 의미예요”
"어머나! 어머! 신기해라! 그런데 더기쌤이 그걸 어찌 아세요?"
"저, 여기 반월공단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이틀로도 안 돼요. 이 공단의 중심 역사와 궤를 거의 같이 했을 걸요?"
그리고 굴뚝이 사라지게 된 사연, 도로명에 갖바치로가 있다는 이야기 등등 보석 같은 이야기가 하얀 연기처럼 하늘로 뭉게뭉게 올랐다.
공단을 바라보는 더기쌤의 눈에는 아련한 물빛 추억이 반짝였고 그의 듣기 좋은 목소리에는 당당한 역사의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그런 박동이 느껴졌다.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그 많던 굴뚝이 그렇게 떠나게 된 사실을 안산 시민들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세상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는 더기쌤과 함께 반월공단 일대를 다니며 스크러버와 굴뚝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바쁜 일정이었을 텐데 불평 한 마디 없이 묵묵히 반월공단 일대를 가이드해 주며 기억을 소환하는 그가 아주 큰 나무처럼 근사했다.
더기쌤의 이야기 한 편에서 시작된 [1977 반월 1986 안산]의 서사는 단순한 지역 역사가 아니다.
반월의 장소성과 잃어버릴 뻔한 천 년의 이름, 안산이라는 지명을 되찾은 극적인 이야기는 세상에 널리 알려져야 할 "도시의 브랜드"이자 가치이다.
한때 대한민국 산업의 혁명지였던 안산, 반월공단의 출발, 그리고 '반월'이라는 이름이 1914년 일본이 강제로 지은 지명이었다는 사실,
나아가 그 불편한 역사를 바로잡고 안산이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해 국회의원 오학진, 향토사학자 유천형, 이승언 박사님 그리고 안산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아름다운 가치를 세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그리고 고려시대 선박의 발견은 안산이 산업화 이전부터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해상 교역의 중심지였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안산의 역사적 깊이를 천 년 이상으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발견이 아닐까!
하나씩 천천히 나아가보자. 그리고 함께. 미미감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