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도 힘이 되고 싶을 뿐이야

by 종이소리

한글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많은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는지

내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한 때 한글문화상품디자인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


손목 부상을 당했던

2019년 이즈음이었다고,

페이스북 일기가 갈피를 열며

어제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굿즈 디자인만 했어도

꽤 돈을 벌었을 거라고

많은 사람들, 꽤 저명하신 분들의

아쉬운 덕담을 다시 꺼내보며

하루를 보냈다.


그런 후회가 소금기를 머금고

눈가에 매달리기도 하는 요즘.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볼까?

잘 될지 모르지만....


앞 뒤 가릴 상황이 아닌 요즘.

뭐라도 힘이 되고 싶다.

남편에게 나도

지팡이가 되고 싶다.


단순히, 아주 단순히

그 생각에서 출발한 의욕이었다.


그런데 그 지팡이... 사실

너무너무 부실하고 엉터리여서

늘 거절당하기 일쑤였어.


"현실은 동화가 아니야..

치열한 전쟁터라고..."


'알아. 나도...

그래도 동화 같은 이야기가

세상을 돌리게 하는 힘이라는 거,

나는 그 감동을 믿어."


"음.. 그런데,

여기는 현실이잖아?

호그와트는 영화나 책에 있어.

그리고..."


거래 업체 사장님들이
동화 같은 이야기로
돈 벌었는 줄 알아?

모두 머리 싸매고 고민해서
밤잠 설쳐가며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알면 눈물 날 거다. 정말..

그의 눈빛에서 들을 수 있는

나머지 말들은 못 들은 척하며

다시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중국 출장을 같이 가자고 했다.

갑작스럽게 동행을?

더군다나 친정아버지께서

오늘내일하는 이 마당에?


그러다가 이내 캐리어를 꺼내

여름옷을 챙겼다.


'무슨 생각이 있어서겠지..'


"광저우는 초여름 날씨야.

지금 24도 찍히네.

광동 음식이 입에 맞으려나..

하필 지금 체육대회를 해서.."


광저우는 지금 전국 체전을 하느라

비행기 값이 왕복 백만 원이라서

선전(심천) 공항으로 예매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일정이 좀 만만치 않을 거야.

...."


궁금하지도 않은 말을 하던 그는

뒷말은 침과 함께 그냥 삼키고는

전화기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중국 공장 사장님의 전화다.


'참.. 대단한 사람들..

참.. 고마운 사람들..

빨리, 그 신세 갚아야지.

두 배, 세 배로 갚아야지'


휴대폰 액정을 보며 혼잣말로

"갚아야지.. 갚아야지!"만 외치다가

브런치에 나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자는

엉뚱한 시도를 계획했다.


창피해서라도 지켜낼 거니까.

안 지키면 너는 진짜

못 말리는 사기꾼이 되는 거야.